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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든든한 반퇴 '캐시카우'...주택 월세 받아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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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집에서 월세나 받아볼까’


은퇴를 앞둔 중장년이면 누구나 한번쯤 주택 임대를 떠올린다. 노후불안을 덜기 위한 ‘비노동소득’(현금 흐름)의 확보를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 주택 임대를 생각하는 것이다. 집은 삶의 안식처로 항상 거주하는 공간이니 누구에게나 친숙하다. 이러다보니 전문지식 없어도 노후 대비로 주택임대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시장에서 '일주 이토 삼상(一住 二土 三商)'이라는 말이 있다. 손쉬운 투자방법이 주택, 토지, 상가 순이라는 얘기다.

박원갑의 반퇴 주택임대사업 올 가이드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수익도 쏠쏠하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꼭대기 층에 살면서 월세 받기’가 샐러리맨들의 로망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주택, 특히 다가구·다세대주택 임대 임대를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녹록치는 않은 것 같다. 세입자가 수시로 바뀌는 데다 관리의 번거로움이 크기 때문이다.

아직 경제적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관리하기 편한 작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주택 임대는 자신이 처한 상황, 성격 등을 꼼꼼히 따진 뒤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택임대도 감정노동이다

서울 대학가 원룸주택 꼭대기층에서 살면서 임대하는 송인국(가명·61)씨는 월세 놓기의 힘겨움을 절실하게 느낀다. 세입자가 19명가량 되다보니 일일이 임대차를 관리하고 월세를 받기에 힘이 달린다. 세입자들이 변기가 막힌다고, 전등이 나갔다고, 수압이 약하다고 수시로 찾아오고, 심지어 새벽까지 문을 두드린다.

이런 행동들이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일수도 있지만 집주인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 마음의 생채기가 생긴다. 송씨는 "세입자 관리는 한마디로 ‘감정노동’이라고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관리가 너무 힘들어 매물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주택임대는 이처럼 세입자들과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데다 이곳저곳 손댈 데도 많아 생각보다 몸·마음 고생이 만만치 않다. 누구에게나 주택임대를 통한 월세받기가 로망이 될 수는 없다. 주택 임대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잘하거나 사람을 잘 다루는 대장부 스타일이 적합한 것 같다. 고상한 것을 좋아하는 공주파 스타일이거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다면 재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공주파 스타일이면서 꼭 주택임대사업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주택을 매입한 뒤 전문주택관리회사에 맡겨도 된다. 전국적으로 등록된 전문주택관리회사가 라이프테크 등 180여개에 달한다. 관리수수료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월세의 5~10%(임대 중개수수료 별도)이다.

8할이 입지다

미당 서정주는 ‘자화상’에서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다. 성장기의 자신을 대부분 바람이 지배했다는 것이다. 8할(80%)은 100%의 겸손한 표현인 지도 모른다. 다가구·다세대주택 임대사업을 얘기할 때 8할이 떠오른다. 주택임대의 성공은 좋은 입지를 고르는 안목에서 출발한다.

아파트에 비해 임대료가 싼 다가구·다세대주택의 가장 큰 수요층은 젊은 층이다. 아직은 자산축적이 많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이른 출근과 늦은 귀가로 바삐 사는 사람들이다.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역세권으로, 대학가, 오피스밀집지역이나 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역세권이면 금상첨화다. 역세권에서는 수요가 많은 만큼 임대료나 매매가격이 안정적이고 공실(빈방) 부담이 덜하다.

일반적으로 역세권은 역으로부터 반경 500m(도보 7분)거리 이내다. 매입을 할 때는 인터넷 지도로만 볼 게 아니라 다리품을 팔아 직접 거리를 재보는 게 좋다. 비표준화된 부동산을 싸게 사는 방법은 다리품만한 게 없다.

입지가 좋은 곳은 새 경쟁자가 출현해도 살아남는다. 앞으로 육아, 헬스, 조식, 세탁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나 저렴한 청년주택이 본격 공급되면 개인의 주택임대는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소 비싸더라도 누구나 욕심나는 좋은 입지의 다가구·다세대주택을 골라야 한다.

상품의 경쟁력, 요모조모 따져라

다가구·다세대주택의 땅은 나중에 신축할 때를 대비해 정방형(정사각형)이나 장방형(직사각형)을 고르는 게 좋다. 반듯한 토지는 도로와 맞물려 있으면 차량진입이 수월할 뿐만 아니라, 신축 때 용적률 확보도 쉽다. 요즘은 다가구·다세대주택 세입자도 주차가 가능한 곳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진입로가 4m 이상 되는 곳을 골라야 차량 진입이 수월하다. 다가구·다세대주택은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상 3~5층 건물로 외관상 거의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앱 ‘스마트국토정보'를 다운로드 받아 건물을 구분한 뒤 매입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자금력이 된다면 다가구주택보다는 다세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가 낫다. 단독주택에 속하는 다가구주택은 대체로 지상 3층(필로티 제외)을 짓지만 공동주택인 다세대주택은 한 층 더 높은 4층을 짓는다. 층수를 올리는 만큼 임대면적이 늘어나 수익도 많아진다.

주차공간을 감안하면 다세대주택의 대지는 최소 50평, 주차와 엘리베이터공간을 고려하면 최소 70평은 되어야 한다. 다만 다가구주택은 대지 30평 이하라도 협소주택으로 지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가구·다세대주택의 임대수익률은 연 4% 이상이면 무난하지만 세입자가 많은 풀옵션 중심의 원룸주택은 5% 이상 되는 곳을 골라야 한다. 임차인이 자주 바뀌고 도배·장판·싱크대 등의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감가상각이 다른 일반 건물에 비해 심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세

주택시세

아파트 임대를 통한 노후 재설계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월세 수익률은 원룸주택이나 오피스텔보다 1~1.5%포인트 떨어진다. 하지만 아파트는 주로 살림집이어서 다가구·다세대주택, 오피스텔과는 달리 세입자가 자주 바뀌지 않아 집주인이 신경 쓸 일이 적다.

또 다가구·다세대주택과는 달리 관리사무소가 있어 각종 요금 정산, 건물 관리를 대행하는데다 세입자도 한 가구만 상대하면 된다. 나이 들어 세심한 관리 없이도 노동소득을 대신할 ‘또 다른 월급’을 갈망하는 은퇴자라면 아파트 임대는 하나의 대안이다. 거칠게 말해 아파트 임대는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 아니 약간은 게으른 사람도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입지와 상품 측면에서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골라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우선 주거지로서 입지 경쟁력이다. 교통(역세권), 교육(학원, 학군), 편의시설(쇼핑)이라는 명품 주거지 3박자를 갖춘 곳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이런 조건을 갖춘 아파트는 가격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 금액 한도 내에서 조건에 최대한 부합하는 지역을 선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월세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세입자가 좋아하는 상품이어야 할 것이다. ‘신축 10년 이내+소형+중저가’ 조건을 맞출 경우 공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월세 200만원을 넘어서는 고가전세나 중대형 아파트는 부유층 밀집지역이 아니면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 투자금액 한도 내에서 월세 수입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근거리에 저가 소형 여러 채가 낫다.

아파트시장은 금융시장을 닮아 가격 변동성이 크므로 저점 매수를 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아파트도 잘못사면 아플 수 도 있는 법이다.

오피스텔시세

오피스텔시세

빌라, 오피스텔은 어떨까

‘아파트를 사려니 가격이 비싸고, 월세는 받고 싶고…’. 소액 투자자들이 아파트 대안으로 고려하는 것이 오피스텔이나 빌라(연립주택)다. 주택시장의 마이너리그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단기간 공급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저렴한 주거공간을 찾다보니 업체들이 대거 공급에 나선 결과다. 빠른 공급이 가능한 오피스텔과 빌라는 음식으로 치면 정식보다는 패스트푸드다. 따라서 공급쇼크의 영향권에 들지 않는 인기지역으로 압축하는 게 좋다.

우선 빌라는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큰 곳이 유리하다. 아파트 임대료가 비싸 차선으로 빌라 임대를 찾는 세입자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그렇다. 빌라는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큰 곳일수록 일종의 ‘대비효과’로 매매?임대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런 곳은 가격이 비싼 도심 대단지 아파트 주변일 것이다. 하지만 외곽의 빌라는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소형주택 등 대체재의 공급에 영향을 쉽게 받는다. 그래서 주거용 오피스텔보다는 사무실 용도를 겸할 수 있는 오피스텔이 낫다. 오피스텔 전용률(공급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이 55%를 넘으면 임대 놓기가 수월하다. 오피스텔은 투자금 대비 임대수익만 생각한다면 로열층보다는 비로열층이 유리하다. 임대료는 매매가격만큼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빌라와 오피스텔은 비주류 상품으로 되팔기 어렵다는 점이 최대 악재다. 순수한 임대목적으로 빌라와 오피스텔을 산다고 하더라도 제값 주고서는 메리트가 없다. ‘부동산 할인 매장’인 법원경매나 공매시장에서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주택시장의 메이저리그인 아파트를 노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스스로 답안지를 만들어라

주택임대도 각자 맞춤형 정답을 찾는 게 중요하다. 서울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듯이 부동산으로 월세를 받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과연 어떤 부동산을 사야 나에게 맞는 노후 재설계 방안이 될까. 상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단계로 들어가면 답안 찾기는 녹록치 않다. 부동산 나름대로 장단점이 다 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간은 부동산 현장을 직접 조사하면서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충분히 조사한 뒤 스스로에게 주는 답안지를 만드는 게 좋을 것이다.

박원갑 전문위원

박원갑 전문위원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세계일보·문화일보·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스피드뱅크 부사장, 부동산1번지 대표, 현재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의 부동산 투자 원칙'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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