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수난시대…동물원까지 침입해 죽이고 뿔 잘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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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아공의 코뿔소 [세계자연기금]

아프리카 남아공의 코뿔소 [세계자연기금]

아프리카에서 매년 1000마리가 넘는 코뿔소가 밀렵으로 희생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코뿔소까지 밀렵꾼에게 희생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 서쪽으로 80여 ㎞ 떨어진 투아리 동물원에 6일 밤(현지시각) 밀렵꾼이 침입해 흰코뿔소를 죽이고 뿔을 잘라간 것이다.

6일 밤 佛 파리 인근 동물원에 침입 #남아공에선 지난해 1054마리 희생 #중국.베트남에선 항암치료제로 소문 #'백색황금' kg당 6200만원에 밀거래

8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밀렵꾼들은 4살 된 흰코뿔소 ‘뱅스’의 머리에 세 차례 총격을 가해 쓰러뜨린 뒤 기계톱으로 뿔을 잘라 훔쳐갔다.
이 동물원에는 흰코뿔소 두 마리가 더 있었지만, 시간에 쫓긴 탓인지 밀렵꾼들은 나머지 코뿔소는 공격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지난 몇 년 사이 박물관·골동품상점·경매장 등에서 코뿔소 뿔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했으나 동물원에 침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1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00㎞ 떨어진 입스위치 박물관에 도둑이 침입해 코뿔소 박제 뿔을 훔쳐간 적도 있다.

이처럼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코뿔소까지 희생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뿔소 뿔이 국제 암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코뿔소 뿔의 가루가 항암치료제나 정력제로 소문이 나면서 1㎏에 5만4000달러(약 62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아프리카에 사는 코뿔소들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아공의 코뿔소 [세계자연기금]

아프리카 남아공의 코뿔소 [세계자연기금]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지난해 남아공에서 밀렵으로 희생된 코뿔소는 1054마리나 됐다.
그나마 2014년 1215마리, 2015년 1175마리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남아공 정부 당국은 코뿔소를 마취총으로 쓰러뜨린 뒤 미리 뿔을 잘라버리고 다시 방사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뿔이 없는 코뿔소의 모습은 흉하지만 그래도 멸종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남아공의 코뿔소. 밀렵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립공원 관리 당국에서 아예 뿔을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 [세계자연기금]

아프리카 남아공의 코뿔소. 밀렵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립공원 관리 당국에서 아예 뿔을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 [세계자연기금]

한편 WWF에서는 매년 9월 22일을 ‘세계 코뿔소의 날’로 정하고 국제사회에 코뿔소 보호를 호소하고 있다.
WWF 야생동물 프로그램의 리더인 마거린 키너드 박사는 “코뿔소 뿔 불법거래에 범국가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코뿔소 밀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베트남 등지의 소비국가 내 뿔 거래에 대한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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