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정철 “난 애꿎은 희생물”…눈물 흘리며 ‘그리운 장군 별님께’ 노래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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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정철은 수염도 깎고 다소 말쑥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진 NHK 캡처]

리정철은 수염도 깎고 다소 말쑥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진 NHK 캡처]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추방된 북한 국적의 리정철(46)이 “말레이시아 당국이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리정철은 6일 북한으로 가기 전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일본 NHK와 전날 인터뷰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NHK는 이날 오전 리정철과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인터뷰는 하루 전 베이징의 한 식당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이뤄졌으며, 리정철은 수염도 깎고 다소 말쑥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서 리정철은 김정남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 “(말레이시아 경찰에)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날조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정철은 “(말레이시아 경찰에) ‘너희가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와서 자백하라고 했다. 죄 없는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보상하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리정철은 구속 당시 노래를 부르며 견뎠다며 인터뷰 중 당시 불렀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도 흘려가며 “내 마음 어디로 갈까, 그리운 장군 별님께”라는 등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근무 중으로 돼 있던 기업에서 실제 근무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하려고 했던 사업과 회사의 업무 내용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후에는 비누 재료를 북한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리정철은 또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 주재 강철 북한 대사를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모략극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레이시아 정부의) 애꿎은 희생물이 됐다”라며 “(강철 대사 추방 처분도) 그 연장이다. 뻔하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사건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북한 대사관 소속 2등 서기관 현광성에 대해서는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살고 있어서 인사 정도하는 사이였다”라며 면식은 있지만 그 이상의 관계는 없음을 강조했다.

앞서 리정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지 나흘만인 17일 말레이 경찰에 체포됐으나 지난 3일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후 추방됐다. 그는 지난 4일 새벽 북한으로 가기 전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그는 북한 대사관 도착 2시간 후인 4일 오전 3시께 대사관 철장 너머로 이번 사건이 “공화국의 존엄을 훼손하는 모략이다. 말레이 경찰이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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