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후임에 이선애 변호사 지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양승태 대법원장(69)이 오는 13일 퇴임하는 이정미(55)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후임에 이선애(50) 변호사를 지명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관으로서의 헌법 등 법률 지식에 더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인물인지를 주요 인선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면 헌재 재판부에 여성 재판관이 한 명도 남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 내정자가 역경을 극복한 희망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의류 노점상을 하는 의붓아버지와 어머니 아래에서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며 자랐다고 한다. 서울 숭의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31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사법연수원(21기)은 3등으로 수료했다.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12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남편은 김현룡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이 내정자는 2004년부터 2년간 헌재 연구관을 지낸 뒤 변호사 개업을 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재판관을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개선하는 권고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내정자에 대한 지명은 전임자의 퇴임 한 달 전께 이뤄지는 통상의 지명 절차보다 다소 늦어졌다. 박근혜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양 대법원장이 신중을 기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지난달 17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서 “탄핵심판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연 상황을 설명했다.

 탄핵심판 최종변론일(지난달 27일) 직후 후임자 지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후임자 지명이라는) 큰 상황 변화가 생겼다. 변론을 종결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헌재에 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양 대법원장은 헌재의 변론이 종결되고 특검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6일을 발표일로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임자가 지명됐지만 헌재 재판부는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후에도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의 임명(탄핵 인용 시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인 재판부 체제에선 불의의 사고 등으로 재판관 1명만 결원이 돼도 헌재가 기능 정지 상태가 된다. 또 이번 탄핵심판을 포함해 어떤 사건이든 재판관 2명만 반대해도 기각 결정이 내려지는 등 헌재 결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후임 헌법재판관 지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윤호진·김선미 기자 yoong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