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자유화』시대...양서경쟁 기대|고발 백시종 금서판결어부 주목|현행 출판관계법 개정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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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문공부가 19일 발표한 출판활성화조치는 지금까지 공권력에 의해 억압되어왔던 출판행정을 법적 차원으로 되돌려준 「정상화방안」 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이번 조치의 세 가지 골자인▲판금도서해제 ▲납본필증 즉시교부 ▲출판사등록개방이 모두 현행법에 의해 보장받고있는 항목들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판금도서 4백31종 해금의 의미와 반응>
이번 조치가 나오게 된 것은 지난8월8일 민정당이 발표한 「문화예술자율화대책」에 따른 것이나 당시 모든 자율화방안을8월중에 실시하겠다고 천명한 것과 비교해보면 두 달 이상 늦어진 것이다. 또 월북작가 및 공산권작가의 문학작품해금 및 잡지등록자율화문제가 여전히 「유보」 된 상태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를 완전한 출판활성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지난81년부터, 지방에서는 지난85년 말부터 출판사 신규등록이 금지되어 왔고 창작과 비평사폐간 (85년12월) 이후 명의 및 상호변경까지 금지되어봤음을 고려해 볼 때 19일부터 신규등록 및 명의·상호변경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획기적인 것이다. 19일 이 조치를 전해들은 창작사대표 김윤수씨는 금명간 해당 관청에 「창작과 비평사」로 상호변경을 신청키로 결정,2년 만에 제 이름을 되찾게 됐다.
판금도서 선별해금조치에 대해 완전해금을 주장해온 출판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당국이 검토대상으로 삼았던 6백50종의 「금서」들은 현재시중에서 대부분 공개적으로 판매되어 왔기 때문에 「4백31종의 해금」이라는 의미보다는 「1백81종의 규제」라는 또 다른 탄압으로 출판사들은 보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1백81종의 도서들은 당국의 고발에 따라 사법부에서 최종적인 금서판단을 하게되므로 확정된 금서가 아니며 이에 따라 법정에서의 이념논쟁으로 집단비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른바 문제도서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 (회장 이우회·구속중) 가 목록으로 제시한 지금까지의 금서가 줄잡아 1천2백여 종임을 고려해 볼 때 문공부스스로도 금서기준 및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치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사법부 고발도서들을 보면 이미 법정논쟁을 야기 시켰던 『한국민중사』 『클라라체트킨 선집』 『세계철학사』 『자본론』 『녹두서평』등 이른바 급진적 이데올로기 서적들이라는 점에서 당국의 출판 이념에 하등의 변동이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공권력에서 법으로의 이행뿐만 아니라 또다시 공권력에 의해 왜곡·집행될 우려가 많은 현행 「출판사 및 인쇄소등록에 관한 법률」 및 「언론기본법」등 현행 출판관련 법률도 하루빨리 개정되어야하며 반체제출판행위와 관련돼 구속중인 출판인들의 석방 또한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출판계의 여망이다.
월·납북작가해금 및 잡지등록자율화 문제도 선거정국의 흐름과 관계없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금서판단여부를 가릴 법정판례들에 따라 학문·사상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 어떻게 움직여갈지 주목되며, 등록개방조치에 따라 급속히 늘어날 출판사들은 당국이 우려하는 것처럼「난림」양상보다는 양서출간경쟁을 통한 출판문화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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