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 코피|쾌감 때문에 끊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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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일부터 담배를 끊어야지.』
『앞으로 술은 걱당히 마시도록 한다.』
『오늘부터 코피는 한잔이상 안 마신다.』
주위에서나 자신 스스로부터 이런 결심의 말을 한두번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인당 끽연량과 주량·코피소비량은 날이 갈수록 늘고있다.
일본군마대의학부의 「구리바라·히사시」 (율원구·약리행동학) 교수는 최근 이들 기호품에 관한 체내반응을 약리학적으로 풀어냈다.
즉 동물의 몸은 기묘한 신경전달체계에 의해 이들 기호품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끼며 또 그러한 행위가 반복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끊기힘든 이유>
코피나 담배· 술등을 찾는 것은 이런 것들이 주는 일시적인 기분전환을 위해서다.
「구리바라」 교수에 따르면 그것은 이들 기호품들이 뇌속의 쾌감중추를 쉽게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뇌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령부격인 시상하부에는 신경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쾌감중추」라는 것이 있다.
이곳은 여러가지 행동의 동기를 유발하는 곳으로 예컨대 배가 부르거나 성욕을 충족시켰을때의 포만감이나 행복감도 결국은 이곳에서부터 발생, 느끼게 된다.
코피나 담배· 술등의 기호품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이나 니코틴· 알콜등의 성분은 혈관을타고 바로올라가 이 쾌감증추를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음식을 먹거나 다른 행위를 통해 쾌감을 느끼려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반면 이들 기호품속의 화학물질은 뇌에 도달하는 시간이 몇초 (니코틴· 모르핀)에서 몇분(카페인· 알콜)이면 충분하기때문에 손쉽게 쾌락을 느끼게되고 정신적인 의존성(끊기힘들게 되는 것)이 생긴다는 것.
「구리바라」 교수가 원숭이에 행한 실험결과를 보면 카페인 (코피· 홍차· 콜라)성분을 끊을 수 있는 지수를 1백으로 볼때 담배(니코린)는 8∼16배인 8백∼1천6백, 술(알콜)은 3천2백∼6천4백, 마약종류는 1백배가 넘는 1만2천8백에 달해 마약· 술· 담배· 코피의 순으로 끊기 어려움을 입증하고있다.

<중독되는 이유>
이것은 소위 금단증상으로 불리는 신체의존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기호품을 습관적으로 복용할 경우 인체는 체내에 해당물질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특정 기호품을 중단하면 인체균형이 깨어져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다시 시작하게되는 것이다.
예컨대 코피를 계속 마시면 신경전달물질인 아데노신 대신에 카페인이 기능을 대신하게 되는데 이 신경계는 다른 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있기 때문에 코피를 안 마시면 몸이 안정되지 못하고 흥분상태가 되며 그 정도가 계속 심하게 되어버린다.
이렇듯 인체는 생리적으로 기호품속의 화학물질에 길들여지게끔 되어져 있는 관계로 무모한 결심이나 약물등으로 끊는 작업을 하기보다는 전문가가 참여한 금연모임· 단주모임등의 그룹을 통해 체계적으로 함께 노력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의학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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