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촉진법 개정안 "낮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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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바람에 휘말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법안이 국회의 상정 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여당의 눈치만 살피고 여당은「표」를 의식해 당정협의를 미루는 가운데 최근 야당쪽이 정부측 법안의 일부만을 뽑아서 의원발의 법안을 내놓는 전례 없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부는 주택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불편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주민들이 원하면 노후아파트를 헐고 다시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말썽 많은 아파트관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주택관리사 제도를 도입하며 ▲대형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중소건설업체 (주택사업등록업체)도 독자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건설촉진법 의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9월 경제장관회의를 통과시키고 입법예고까지 해 놓았었다.
건설부측은 이 법안을 확정짓는 과정에서 이미 지난 5월부터 민정당에 대해 정부·여당의 당정협의를 요청해 왔으나 아직도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이번 국회상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소식통에 따르면 민정당측은 중소주택건설업체들에까지 주택건설을 허용토록하는 것에 반대하는 큰 건설업체들을 의식해 당정협의 자체를 여태껏 차일피일 미뤄 오고있어 건설부는 냉가슴만 앓아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형편에서 민주당측은 지난 14일 김현수의원등 22명의 발의로 독자적인 법안을 내놓았는데 그 내용은 다른 주요내용을 빼고 중소건설 등에 대한 주택건설허용 사항만을 위주로 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측의 원안은 엉거주춥한채 말도 못꺼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측이 내놓은 조각 법안만 국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주택건설허용문제는 그동안 대형건설업체와 중소업체들 사이에 이해가 엇갈려 오랫동안 로비활동을 벌여왔던 사항이다.
정부안이 국회에 상정되려면 당정협의·법제처심의·차관회의·대통령재가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다.
아무튼 정부측의 개정안이 수포로 돌아가든, 야당 측의 발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든 간에 당초 의도했던 노후아파트의 재건축을 위한 주택조합결성허용이나 주택관리사제도도입, 자투리당의 활용촉진을 위해 당임자와 건설업자가 공동 개발토록 하는 제도 등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제도개선은 기대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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