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으로 홀리고 돌로 끝낸다, 한국 불펜 ‘불패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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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WBC 오늘 개막

WBC 한국대표팀 불펜엔 오승환과 심창민이 버티고 있다. 두 투수는 ‘힘있는 직구’로 정면승부를 즐긴다. 심창민(왼쪽)의 투구를 지켜보는 김인식 감독과 오승환의 투구 동작을 합성한 사진. [사진 김민규 기자]

WBC 한국대표팀 불펜엔 오승환과 심창민이 버티고 있다. 두 투수는 ‘힘있는 직구’로 정면승부를 즐긴다. 심창민(왼쪽)의 투구를 지켜보는 김인식 감독과 오승환의 투구 동작을 합성한 사진. [사진 김민규 기자]

운명의 날이 밝았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이 6일 오후 6시30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한국·이스라엘 오늘 1차전 #1R 선발 투구수 65개로 제한 #7~9회 책임질 불펜서 승부 결정나 #심창민, 대표팀서 구위 가장 좋고 #오승환, 주말 실전 등판서 퍼펙트

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불펜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 WBC는 1라운드에 등판하는 선발투수의 투구수를 65개로 제한하고 있다. 길어야 5이닝 정도 던질 수 있다. 2006년과 09년에 이어 이번에도 WBC 지휘봉을 잡은 백전노장 김인식 한국 대표팀 감독은 불펜운용 계획부터 확실하게 세웠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톱클래스 마무리로 인정받은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불펜의 핵심이다. 오승환에게 바통을 넘기는 역할은 불펜투수들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은 사이드암 심창민(23·삼성 라이온즈)이 맡는다. 심창민의 ‘뱀직구’와 오승환의 ‘돌직구’로 상대팀의 7~9회를 봉쇄하겠다는 게 김인식 감독의 계획이다.


“아 글쎄, 홈런을 맞았더라고.”

지난달 26일 김인식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표팀 합류에 앞서 MLB 시범경기에 나선 오승환이 1이닝 동안 홈런 2개를 얻어맞고 3실점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알아서 잘 준비하겠지. 많이 해봤잖아?”라며 오승환을 감쌌다. 오승환은 네 차례 WBC에 모두 출전하는 유일한 투수다.

오승환은 지난 4일 경찰야구단과의 WBC 공식 평가전에 등판,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최고 시속 149㎞의 빠른 공을 앞세워 삼진을 2개나 잡아냈다. 포수 양의지는 “공이 어마어마했다.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뱀직구’ 심창민은 네 차례 평가전에서 4이닝 동안 1피안타 8탈삼진을 기록했다.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는 “심창민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타자들에겐 생소한 사이드암 투수라는 점에서 활용폭이 크다.

심창민은 대표팀 선배 임창용(41·KIA)과 비슷한 스타일의 피칭을 한다. 공이 똑바로 날아가지 않고 뱀처럼 꿈틀거린다. 임창용처럼 팔의 각도를 높여서 공을 던지는 변칙투구에도 능하다. 프리미어12에 이어 두 번째로 태극마크를 단 심창민은 “배우러 여기 온 게 아니다. 국가대표로서 나를 입증하기 위해 왔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심창민의 구위를 확인한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을 조기에 등판시키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김인식 “3루수-좌익수 바뀔 수도”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은 9회를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지만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되면 그 전에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MLB 포스트시즌 때 마무리와 셋업맨의 조기등판이 큰 효과를 본 것처럼 상황에 따라 오승환이 7회, 심창민이 8회 또는 9회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김인식 감독은 주전 라인업의 변화도 암시했다. 주전 3루수로 나설 것으로 보였던 박석민은 지난달 22일 일본 요코하마와의 평가전에서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교체됐다. 이후 허경민이 3루를 지키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보는 건 또 다르다”고 설명했다.

좌익수 최형우는 이스라엘전 5번타자로 나설 전망이다. 6차례 평가전에서 17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그는 4일 경찰청과의 경기에선 안타 2개를 때려냈다. 최형우는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 동료들이 많이 격려해줬다.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최형우의 자리는 민병헌이나 손아섭이 메울 수도 있다.

한국은 6일 개막전에서 장원준(32·두산)을, 이스라엘은 MLB 통산 124승을 거둔 베테랑 제이슨 마키(39·전 신시내티)를 선발로 내세운다. JTBC가 WBC 전 경기를 단독 생중계한다.

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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