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 … ' 한국 환상곡 울려퍼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꽃시절 삼천리를 등지시고
먼먼 땅으로 떠났던 사람
하늘 그 하늘 아득한 이국에서
젊음의 향수를 악보에 옮기며
긴긴밤 잠 못 이루고 등을 돋우어
조국의 얼을 교향악으로 창조하시니 …

안익태 묘비에 새겨진 모윤숙 시인의 추모시

올해는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1906~65)선생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를 기리는 연주회.전시회.심포지움 등 행사가 연중 풍성하게 열린다. 특히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거나 연주되지 않았던 희귀 작품이 처음 소개되는 자리가 많아 주목된다.

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테너 김신영 독창회에서는 안익태의 가곡'아리랑 고개''이팔 청춘'이 국내 초연된다. 안씨가 국내에서 들었던 신민요 가사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미국 워싱턴 국립도서관에서 최근 발견된 악보로 1935년 미국에서 출판된 가곡 시리즈 'Korean Life(한국의 삶)'에 포함된 네 곡 가운데 두 곡이다.

다른 두 곡 중 양명문의 시에 곡을 붙인'흰 백합화'는 안씨가 61~63년 서울에서 예술감독을 맡았던 국제음악제에서 소개됐고 안익태 기념 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악보는 안익태 기념재단이 소장하고 있으며 첼로 독주곡으로도 편곡돼 연주된다. 안타깝게도 '전원'은 악보가 소실됐다.

1955년 서울을 방문한 안익태 선생 가족. 부인 로리타 안 여사와 세 딸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6월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관현악으로 꾸미는 100주년 기념 연주회가 열린다. 안익태의 관현악 '한국 무곡'(1963년)을 국내 초연하는 것. 교향시 '논개'도 요즘 연주되는 62년판이 아니라 64년에 최종 수정된 악보를 사용한다. 둘 다 독립기념관에서 발견된 악보다.

'안익태'(1998, 시공사 펴냄)의 저자이며 이번 기념 연주회를 기획한 음악학자 전정임(43)충남대 교수는 "62년판 '논개'가 3/4박자인데 반해 64년판 '논개'는 4/4박자로 돼 있어 같은 선율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서 열린 국제음악제에서 62년판으로 초연한 뒤 유럽으로 가서 수정해 64년판으로 연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한국 환상곡' 연주에 앞서 '대한적십자의 노래' 등 미발표 합창곡 3곡, 교향시 '마요르카'(1948년) 등도 국내 초연된다. 모두 지난해 10월 유족들이 기증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악보들이다. 이와 함께 가곡 '아리랑 고개''이팔 청춘'등의 관현악 반주 버전도 연주된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안익태 묘비에 새겨진 모윤숙 시인의 추모시에 곡을 붙인 추모곡도 초연된다.

10월부터 한달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기념 전시회가 열린다. 안익태 선생의 자필 악보와 사진.편지 등 유품과 자료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회 기간 중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안익태의 삶과 음악'이라는 주제의 기념 심포지움이 열린다. 음악학자 허영한.전정임.김용환.이경분씨 등이 '안익태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안익태와 40~50년대 유럽 음악계' '안익태의 작곡 기법''안익태의 악보 원전 연구'등의 주제 발표를 한다.

한편 안익태 기념재단에서는 교향시 '논개'의 64년판, 교향시 '마요르카', 관현악 '한국 무곡' '국기 경례곡' 등의 미출간 악보를 출판한 뒤 음반으로도 녹음해 널리 보급할 계획이다. 042-821-693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