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연설전을 보는 4주자의 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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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7일 부산·대전·천안등에서 벌어진 대권주자들의 선거유세 양상을 놓고 각정당·정파들은 결과를 분석하고 앞으로전략을 점검하는등 평가에 민감한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정치집회로는 최대인파가 몰린 김영삼민주당총재의 부산대회는 야당대통령후보 단일화문제에 직·간접의 영향을 미치고 있고, 노태우총재의 대전집회를성공적이었다고 보는 민정당측은 앞으로의 집회규모를 보다 대형화할것을 검토하고 있다.
○…민정당은 노태우총재의 대전행사가 옥외집회의 성공 가능성과 대중정치인으로서의 노총재의 잠재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확대·발전시킬방침이다.
그러나 민정당은 김영삼민주당총재의 부산대회가 내심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은 군중이 모이고 열기가 있었던데적지않은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벌써 당내에는 30만명을 동원하려던 24일의 대구대회를 1백만명으로 높이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출신 의원들은『김총재 출신지역인데다 단일화경쟁에서 김총재를 편들어주기 위한 부산사람 특유의 기질이 나타난 것이며 노태우총재가 와도 그 정도는 모을수 있다』고 했지만당중진들과 타지역출신 의원들은 『경찰추산이 50만명이라니 그게 사실이냐』며 쇼크를 방았다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민정당은 여당마저 덩달아 지금부터 청중동원 경쟁을 벌일때 선거전의 양상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는 처지여서 당장 야당페이스에 맞추는 대응전략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김영삼총재의부산행사와는 내용과 차원이 달라 비교할수 없지만 노총재의대전행사도 성공격이었다』고 자평하고 『민정당은 당분간 이같은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민정당은대전집회가 소규모이긴 했지만 1만명 수용의 행사장에 2만5천여명이 몰려 행사장 안팎에서 함성을 질러 열기를 고조시킨것이라든지, 노총재의 대중연설이「일취월장」해 청중의 반응이 날로 적극화하는 것은 희망적인 조짐들이라는 것이다.
민정당은 노총재가「보통사람」을 들고나온 것이 그의 이미지제고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노총재가 대전에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이 시대의 엄지는 보통사람이며 여러분과 나는 보통사람』이라고 한것이나, 행인들과 어울려 시장바닥에 앉아 순대를 사먹은 모습등은 자신이 말한「보통사람」이미지에 걸맞는 성공격 제스처였다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 가질 대규모집회에서 민정당이 과연 야당의 두김씨같은 동원능력과 열기를 보일수 있을지 걱정하는분위기다.
○…김영삼민주당총재의 「부산대회」가 사상최대의 정치집회를 기록하자 민주당내 양파는 물론 여야 각정당이 그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김총재측은 이대회를 계기로『대세는 결판났다』는 주장이어서 당내에서 김총재 후보단일화를 마지막으로 시도해보고 안될 경우에는 전당대회를 강행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총재측은 오는 24일 대전대회를 통해 김고문에대한「비교우위」를 입증한 연후 그대로 전당대회까지 밀어붙일 생각이다.
이에 대해 동교동측은『그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부산대회로 후보단일화문제에 대한 자기들의 계획에 차질은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국민지지」를 내세워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동교동 논리에 대해 상도동이 한번 크게 회답한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야당의 단일화논쟁은 양상을 달리할 가능성도 예견된다고 하겠다. ·
또 부산대회 열기가 민주당의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는 볼수 없고 이것이 단일화문제를 논의할 20일의 의원총회에 어떻게 파급될지도 주목된다.
○…상도동계는 부산대회에서김영삼총재에 대한 지지과시가 1백% 성공했다고 보고 여세를 몰아 김총재의「민주당후보」를 기정사실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김명윤민주산악회장은『이제 동교동측에서도「국민지지」라는 이야기를 꺼낼수 없을것』 이라며『이미 후보단일화문제는 극복됐으므로 김총재를 당후보로 공식추천하는 형식적 절차만 남겨놓은 셈』 이라고 주장한다.
이원종 공보비서는 이제부터 당내문제로 어물거릴게 아니라 애초 목표인 선거투쟁·군정종식에 매진해야한다』고 말해 대여공격에 의한 본격 선거전을 개시할 뜻을 시사. ·
대회준비위원장이었던 최형우부총재는『35만평에 평당7명씩만 잡아도 2백4O만명』이라고주장하고 『한국정치사상 초유의일』이라고 평가.
김태룡대변인도『군중수를 갖고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한쪽이 누구냐』면서『이로써 후보단일화는 결정났다』고 주장.
○…반면 동교동계는 김영삼총재의 부산대회에 대해『그정도는 예상했던만큼 놀랄일이 못된다』고 애써 대수롭지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용희부총재는『우리가 예상했던 정도의 인파였던만큼 부산대회가 있었다하여 우리 계획에 차질이 있을건 없다』고 했다.
김영철사무총장도『김총재나 김고문이나 간에 자기고장에서 사람이 많이 모인것을 가지고 과시하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인구비례로 보아 김고문광주방문 열기를 따르자면 부산에서는 3백만명은 모였어야 한다』고 주장.
동교동측은 부산대회의 열기가 차츰 가라앉을 오는 주말청주집회를 가져 다시 김고문측 열기를 고조시킬 작정이다. <>
○…17일 천안에서 첫지구당창당대회를 마친 김종필신민주공화당창당준비위원장은 일요일인 18일 청구동자택에서 장영순사무총장· 이희일비서실장등과함께 2차조직책인선을 논의하는 한편 19일 전남장성에서부터 23일경북문경까지 4박5일간 지구당창당대회를 갖기로 결정하는등 본격적인 지방유세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위원장측은 천안대회가 열기나 규모면에서 성공작이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계속 소규모 옥내집회를 밀도있게 진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
김위원장은 천안지구당창당대회를 마친후 이지역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학생들은 『훌륭한 젊은 세대가 있으니 과거의 정치인은 염려하지마시고 여생이나 조용히 보내는게 어떠냐』『공화당정권이 억압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반공정책을 악용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등의 가시돋친 질문.
이에대해 김위원장은 『젊음의기백은 국가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요인이지만 그같은 젊음과경험있는 세대의 연륜이 조화돼야 나라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며『나보고 물러앉아 있으라 해도 나는 좀 나서야 되겠다』고 조크해 박수. <허남진·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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