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액 4월에 올려 … 1~3월치 인상분 매년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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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국민연금

서울 종로구 김모(61)씨는 지난해 퇴직해 만 61세가 된 지난해 8월부터 월 140만원가량의 국민연금을 받는다. 김씨는 ‘매해 연금이 지난해 물가상승분만큼 올라간다’는 얘기를 듣고 괜찮은 제도라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해 ‘연금 인상 시기가 1월이 아니라 4월’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김씨는 “매년 초 오르는 것으로 알았는데 왜 4월부터 오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전년 물가상승 반영해 수령액 인상 #석 달치 많게는 5만원 덜 받아 #공무원·사학 연금은 1월에 올려 #정부 “1월 반영 땐 2000억 더 들 것”

국민연금 장점은 매년 소비자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액이 오른다는 것이다. 현재 연금액의 화폐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개인연금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다.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물가상승률(1%)을 반영해 국민연금 지급액을 1%(평균 3520원) 올린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수령자 413만5292명이 대상이다. 그런데 연금 인상 시점이 왜 1월이 아닐까.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당시 수작업으로 물가인상률을 계산하다 보니 ‘1월 인상’이 불가능해 4월로 잡았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 기 때문이다. 98년까지 분기별로 연금을 지급했는데 그 영향도 있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해 물가상승률은 매년 12월 31일 오후에 나오고 있다. 기술적으론 국민연금도 1월 인상이 가능하다. 공무원·사학·군인 등 3대 특수직역연금은 매년 1월 연금액을 올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4월에 인상돼 수령자가 석 달치 차액을 손해 본다. 다음달 오르는 연금액이 평균 3520원, 최고 1만9370원이다. 석 달을 합해 평균 1만560원, 많게는 5만8110원 손해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1%라 가정하면 김씨는 내년 1~3월 4만2000원 손해를 본다.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이런 비판이 잇따르자 복지부도 법률 개정을 시도한 적이 있다. 2015년 인상 시점을 1월로 당기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1월 지급에 맞추려면 행정력이 뒤따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이 국민연금과 묶여 있어 함께 인상 시기를 1월로 바꿔야 해 실무적으로 애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바람에 결국 법률이 개정되지 못했다.

김현주 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인상 시점을 1월로 당기면 매년 석 달치의 재정이 추가로 들어간다. 2018년 연금재정 재계산 때 시행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1월로 당기면 매년 2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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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움직임이 더디자 국회가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상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인상 시점을 1월로 당기는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에 비해 물가 반영이 늦어 국민연금은 실질가치 보전에 불리한 측면이 있 다”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인상을 앞당기는 데 2017~2021년 4306억원, 연평균 861억원이 든다고 추계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물가상승률 반영을 당기는 데 그리 큰돈이 드는 게 아닌데 이대로 내버려두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게 된다”며 “ 기초연금·장애인연금도 1월로 앞당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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