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쏠린 "일확천금" 새 풍속도 샐러리맨들 봉급을 우습게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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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회사원·공무원 등 봉급생활자들 사이에 주식투자의 열풍이 불면서 봉급 경시풍조등의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봉급생활자들은 당초 보너스 등 소액의 여유자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증시활황에 편승,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차익에 따른 수익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자 아예 직장을 때려치우고 퇴직금을 활용, 본격적인 「전문」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많이 생기고 있다.
또 투자규모를 늘리기 위해 친척이나 친구 돈을 마구 끌어들이는가 하면 은행융자를 얻어 주식투자를 하고, 심지어는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 몇백만원이라도 만들어 주식투자를 하는 사례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증권회사들의 경우 대형화 경쟁이 붙어 작년 이후 자본금 늘리기가 유행인데 이때마다 증권사 직원에게 할당되는 우리사주를 챙기기 위해 증자가 예정돼 있는 증권사들을 철새처럼 전전, 직장 분위기를 흐려놓는 실정이다.
이처럼 주식투자 열기가 뜨거워지자 직장마다 출근하기가 바쁘게 주식시세표를 보기 위한 신문쟁탈전이 치열하며, 틈만나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주식얘기로 시간을 때우는 등 업무에도 적지않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 회사 근처에있는 증권회사로 달려가 주식단말기를 먼저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한 형편이다.
친구끼리의 모임인 동창회나 같은 부서원들의 저녁 회식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주식얘기로 화제가 집중돼 앞으로의 유망주 등에 대한 열띤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증권거래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총 주식 인구수는 2백34만2천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5.6%에 이르고 있으며, 작년말의 주식 인구수 1백41만1천명에 비해서도 93만1천명, 66%의 급신장 추세에 있다.
이중 1천주 미만을 갖고있는 주주수만 1백60만여명으로 집계돼 소액투자자가 전체 주식 인구의 70%선에 이르고 있어 샐러리맨들의 주식투자붐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정도가 심하지 않아 문제점이 크게 노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주가가 폭락장세를 보이게 되면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날것』이라면서 『정석대로 여유자금만을 가지고 투자하는 자세가 절대 필요한 싯점』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지금은 장이 활항이어서 버는 사람만 있지만 주식 값이 폭락할 경우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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