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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건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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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성의 결정>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산모나 그 가족들은 건강한 아기의 출생을 기원하며 한편으로는 딸일까, 아들일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를 함께 갖게된다.
아들·딸을 원하는대로 낳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며 이에 따라 예로부터. 동서양늘 막론하고 많은 비법들이 전해져오고 있다.
예를 들면 「부부관계시 체위에 따라 아들·딸이 결정된다」 「관계한 날짜가 짝수일때는 아들이고 홀수일때는 딸이다」 「산모가 알칼리성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는 것 등이다. 그러나 어느 한가지도 신통한 방법이 아니고 허황되기 짝이 없는 것도 많다.
그러면 태아의 성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한 개인의 특성은 46개의 염색체에 의하여 결정되며 그중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성염색체)는 X와 Y의 두개 염색체뿐이다.
임신의 성립은 난자와 정자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데, 난자는 23개의 염색체중 성염색체로서 X염색체만 가지나 정자는 X염색체, 혹은 Y염색체중 어느 하나를 갖고 있다. X염색체만 갖고 있는 난자가 X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만나면 태아는 딸(XX)이 되고 Y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만나면 아들(XY)이 되는 것이다. 즉 성의 결정은 수정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정액에는 X염색체를 지닌 정자와 Y염색체를 지닌 정자가 같은 수로 존재하므로 아들이 될 것이냐, 딸이 될 것이냐 하는 확률은 반반인 것이다.
현대과학의 발달은 정자를 XY염색체에 따라 분리하여 인공으로 수정시키려는 노력까지 시도하였으나 이 또한 1백%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으니 인간의 성의 결정은 과학의 한계를 벗어난 신의 섭리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물론 태아의 성별을 판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음파검사로 태아의 성기를 관찰하거나 양수를 뽑아내어 태아의 염색체를 검사, 성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는 임신 4개월 이후에나 시행될 수 있으며 검사자체에 따른 합병증이 있고 만약 성별을 확인한 후 낙태를 시킨다고 할때 산모에 미치는 위험성이 매우 높고 습관성유산과 불임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적인 금지조처를 떠나 의학적으로도 절대로 피하여야 할 일인 것이다.
장윤석 <서울대의대교수·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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