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물질 생활주변의 시한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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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에 방사성물질의 사용량과 취급자·취급기관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비해 그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은 이를 따르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폐쇄된 병원에서 무단 유출된 방사성물질을 어린이들이 주워 놀다 4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나 소련 체르노 빌원뇌사고를 제외하고는 최악의 누출사고로 꼽히고 있다. 우리주변 방사능의 안전관리 현황을 알아본다.

<방사성 물질의 이용>
방사성 물질은 핵무기나 원자력발전소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금년 7월말 현재 국내에 5백30개 기관에서 1만2천8백 여명이 방사성 물질을 다루고 있다. 사용기관은 병원·산업체·대학·연구소 등으로 85년 말보다 1백 개 기관이 늘었다.
사용량도 85년 12만4천6백26큐리 (CL) 에서 86년에는 536만8천3백20큐리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도 식품에 방사선 조사가 허용될 것에 대비해 산업체에서 50만 큐리나 수입했기 때문이다.
큐리는 방사능의 농도를 표시하는 단위로 1회 암 치료용은 0.02큐리 정도.
사용물질은 주로 방사선동위원소로 99%가 수입되고 극히 일부만 에너지 연구소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용 핵 종은 30여종류. 이리듐·코발트60·세슘·테크네튬 등이 많이 쓰인다. 이런 동위원소의 반감기 (방사능의 힘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는 6시간∼1만2천2백62년으로 다양하다.
의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이나 된다.

<방사성 물질의 안전관리>
국내의 방사성 물질 관리는 상당히 미흡한 편.
동위원소취급 면허소지자가 1천8백여 명으로 사용기관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과기처에 따르면 1백 여개 기관이 걱정 면허소지자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의료용 X-레이 장치는 보사부 소관으로 이원화돼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무지와 무관심도 큰 문제. 이에 따라 분실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86년10월 대구 모 병원에서 반감기 60일의 동위원소가 분실된 사고가 있었다. 자궁암 치료용으로 쓰던 방사성물질이 환자 몸에서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것.
이 때문에 대구시내 쓰레기하치장까지 뒤졌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방사선은 큰 에너지를 갖는 힘의 선으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방사능관련 장비에는 3개의 노란 부채골 경고표시를 하게 되어있다.
방사능은 인체에 급성과 만성의 영향을 주기때문에 멋모르고 다루는 일은 위험 천만하다.산업체에서 많이쓰는 이리듐192라는 동위원소는 1큐리를 5분간 접촉하면 피폭선량이 4백60렘으로 반치사량이 된다. 10m거리에서는0.56밀리렘을 받는다 (가슴X선은 1회 30밀리렘).
민태직과장 (요기처방사선과) 은 『동위원소 사용기관에서 귀찮다고 안전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사용자의 규칙준수는 물론 기관장이나 관계되는 사람들의 이해가 있어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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