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아랑곳 않다’는 잘못된 줄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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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봄이 오는 것을 제일 먼저 알리는 건 아무래도 꽃 소식이 아닐까 싶다. 올 2월과 3월은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돼 개나리·진달래의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질 것이라 한다.

봄소식을 한창 전하는 이맘때의 날씨 뉴스를 보면 “반짝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평년보다 일찍 필 것으로 보인다” 등의 표현을 접할 수 있다. 여기서 틀린 표현이 숨어 있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틀린 표현은 바로 ‘아랑곳 않고’다.

남의 일에 나서서 참견하거나 관심을 두는 일을 가리켜 ‘아랑곳’이라 한다. “그 일을 누가 맡든지 내 아랑곳 있나요”에서와 같이 긍정문에 쓰이기도 하지만 “그는 그녀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에서처럼 주로 부정문과 결합해 사용된다.

‘어떤 일에 참견을 하거나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지닌 ‘아랑곳없다’, 이를 활용한 ‘아랑곳없이’가 한 단어로 쓰이다 보니 ‘아랑곳 않다’ 또한 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아랑곳 않다’는 ‘아랑곳하지 않다’를 줄여 쓴 것이며, ‘아랑곳하지 않다’ 또는 ‘아랑곳을 하지 않다’가 바른말이다.

인터넷·모바일상의 축약된 언어가 일상 언어에 영향을 미쳐서인지 이처럼 줄여 쓰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맞고 그른지를 알고 줄여 쓰는 것과 모르고 당연시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비슷하게 틀리는 표현으로 ‘마다 않다’도 있다. ‘마다 않다’ 역시 ‘마다하지 않다’로 고쳐 써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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