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3월 1일 전 일본 각료 만날 약속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당초 이달 1일 일본 전 각료와 저녁 식사를 약속해놓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시이 하지메(石井一ㆍ83) 전 일본 자치상(현 총무상)은 산케이 신문에 김정남이 피살되기 11일 전인 지난달 2일 한국 국적 사업가의 소개로 이달 1일 오후 6시 마카오의 스시집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이시이는 1990년 자민ㆍ사회당 중심 초당파 방북단의 사무총장을 맡아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의 물꼬를 트는데 일조했다. 이듬해는 일조(日朝ㆍ북일)우호촉진의원연맹 대표단 단장으로 방북하는 등 수차례 평양을 방문했고 김일성 주석과도 만났다.
그런 만큼 김정남은 이시이와의 면담을 통해 이복동생인 김정남 노동당 위원장과는 별도로 북일 관계개선에 나서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산케이는 “김정남은 2011년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확립된 이래 정치적 활동과는 거리를 두어왔지만 다른 나라 정치인을 접촉하려 하면서 북한 지도부의 경계심을 자극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시이 전 자치상은 김정남 피살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향후 북일 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눌 귀중한 기회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남씨는 국제감각도 있고 고국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같다. (중개자를 통해) 북한 주민의 행복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북한통 이시이 전 자치상 산케이에 밝혀..."김정남의 타국 정치인 접촉 북 지도부 자극했을 수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