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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하루 앞두고 광복회에 태극기 집회 측 항의전화 들끓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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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인터뷰는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해 부탁 드려요."

28일 오전 광복회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27일 광복회가 낸 태극기 관련 성명서에 대해 박유철(79) 광복회장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였다. 광복회 관계자는 인터뷰 요청을 "어제 성명서 낸 것 때문에 광복회 지부마다 항의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와서…"라며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광복회는 약 70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모임이다. 박유철 회장은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이었던 백암(白巖) 박은식 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

광복회는 27일 '3·1절! 태극기의 의미 광복회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내고 "요즘 일어나고 있는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의 남발로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것은 태극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바탕한 바가 아니라 여겨져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신성한 태극기 흰 바탕에 구호를 새겨놓거나 태극문양 위에 리본 문양을 그려 넣은 것은 태극기를 훼손하는 짓이며, 리본을 태극기에 매고 시위에 참가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태극기를 시위도구로 사용, 태극기봉을 휘두르며 폭력 행사, 재판정에서 난데없이 태극기를 펼쳐드는 기행 등 일련의 행동은 근본적으로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성명서를 낸 이후 광복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광복회 관계자는 "'왜 순수한 우리의 마음을 모독하냐'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항의 전화 때문에 광복회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됐다"며 "우리는 태극기 집회 뿐 아니라 촛불 집회에서 노란 리본과 함께 사용되는 태극기 문제까지 지적한 것이었는데 항의 전화는 대부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걸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커뮤니티에는 광복회를 규탄하는 게시물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박사모 회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태극기를 들고 구국하겠다는 게 무슨 잘못인가? 광복회도 좌빨에 압력받은 거 같은 냄새가 난다"는 글을 적었다. 다른 회원들도 "태극기가 광복회만의 국기인가" "광복회는 뭐하는 집단인가" 등의 글을 올리며 동조했다.

현재 광복회는 3·1절 기념 행사 준비로 바쁜 상황이다. 이들은 1일 오후 2시 탑골공원 독립선언기념비 앞에서 '3·1 독립운동 희생선열 추모식'을 연다.

추모식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박유철 광복회장, 독립운동 관련 단체장과 회원 4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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