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X 미량으로도 자율신경 손상…증상 시작되면 급속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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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것으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24일 발표한 VX는 유기린(有機燐)계 화학물질로 신경에 작용하는 맹독이다. 미량이 체내에 투입되도 사망에 이른다. 화학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본 옴진리교 광신도가 1994년 오사카(大阪)의 한 남성을 VX로 공격해 살해했다.

김정남 암살에 쓰인 맹독물질 VX #"얼굴은 독극물 흡수 쉬운 부위"

일본 쇼와(昭和)대학 약학부 사토시 누마자와(沼沢聡) 교수(독극물학)는 24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VX가 몸에 흡수되면 자율신경을 손상시킨다. 거품을 내뿜거나 근육 경련을 일으키고 죽음에 이른다"고 말했다. "피부를 통해 스며든 경우 10~30분 가량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지만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급속히 진행된다"고도 했다.

 사토시 교수는 "VX는 휘발성이 낮아 현장에서 합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액상형VX를 크림 상태의 물질과 섞어서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범인들이 김정남의 얼굴을 공격한데 대해서는 "얼굴은 독극물을 흡수하기 쉬운 부위다. 특히 얼굴에 바르면 그것을 닦는 과정에서 손 등에도 묻게 된다. 더욱 빠르게 몸 전체로 퍼지면서 죽음에 이르는 시간이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범행 그룹은) 장갑을 끼고 있으면 안전하게 달아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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