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하면 취업제한 10년에서 20년으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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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시의 아동양육시설인 새소망의 집에선 미성년자인 여학생이 남학생 8명과 몇 개월에 걸쳐 시설에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 시설 원생이었던 남자 고교생이 남자 초등학생을 수차례 성학대한 사실도 확인됐다.

소변 먹이고 성학대...시설 내 아동학대 잇따라 #처음 적발돼도 시설 폐쇄 '원스트라이크 아웃' #시설별 최소 1명 인권보호관 두고 상시 감시 #행정처분 받은 시설, 종사자 등 명단 공표키로

 경기도 여주의 보육원 우리집에선 종사자들이 2007년부터 10년 간 아동들을 상습 폭행해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소변을 먹게 하거나 속옷만 입힌 채 내쫓기까지 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가정폭력의 피해를 당하거나 부모가 없는 불우아동을 돕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아동학대 의심신고만 253건이 들어왔다. 이 중 학대가 확인된 4건에 대해서 행정처분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지만 처음 적발된 경우 처벌이 가능한 최고 수위는 영업정지 6개월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중대한 학대가 발생한 아동보호시설은 당장 폐쇄될 수 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등 15개 부처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내용이 포함된 ‘아동복지시설 취약아동 보호강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서울 무교동 어린이재단 앞에서 열린 "밟지 마세요, 지켜주세요" 아동학대 예방캠페인. 매년 11월 19일은 세계아동학대 예방의날이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서울 무교동 어린이재단 앞에서 열린 "밟지 마세요, 지켜주세요" 아동학대 예방캠페인. 매년 11월 19일은 세계아동학대 예방의날이다. [중앙포토]

 이번 방안에 따르면, 아동을 학대한 시설 종사자는 최대 20년 간 아동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취업 제한 기간이 기존 10년에서 2배로 늘었다. 아동학대를 자진 신고한 시설에 대해선 행정처분을 경감하거나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시설별로 최소 1명의 민간인 인권보호관을 위촉해 외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자세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아동보호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에 대해 어떤 조치가 이뤄지나요?
 “학대 사실이 확인되면 그 정도에 따라 행정처분을 했는데요. 처음 적발되면 현재 처벌할 수 있는 최고 수위가 영업정지 6개월입니다. 주로 시설이나 지자체가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경향도 많고 처벌 수위가 약하다 보니 실효성은 사실 크지 않습니다.”

 -이번 방안에서 새로 바뀐 것은 무엇인가요?

 “아동학대 행위자가 사실상 현업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취업 제한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최대 20년까지 확대하고, 종사자를 채용할 때 아동학대 전력을 확인했는지 점검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중대한 학대가 발생한 시설은 즉시 폐쇄합니다. 학대 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시설과 시설장, 종사자들의 명단 공표제도 도입도 추진 중입니다.”

 -아동보호시설 종사자의 자격 제한이 따로 있나요?
 “현재로선 따로 없습니다.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정신질환ㆍ마약중독 환자,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집행이 종료ㆍ면제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되지 않거나 집행 유예기간 중이면 아동 관련 취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결격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도화할 예정입니다.”

 -인권보호관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현재 아동복지법에 따라 시ㆍ군ㆍ구 등 지자체에서 위촉한 민간인 아동위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학교 주변에 인권 취약 요소가 없는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인권보호관은 아동위원의 역할을 강화해 늦은 밤 등 취약 시간대에 아동보호실태와 종사자 근무상태 등을 불시에 점검할 예정입니다. 지자체장이 전국 289곳 시설별로 1대 1 매칭해 약 300명이 인권보호관으로 위촉됩니다.”

 -학대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당하게 될 텐데 신고를 하려고 할까요?
 “시설장 등이 아동학대 사실을 신고하고 조치를 신속히 취하면 행정처분을 경감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해 최대 징역 2년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징수하도록 돼있습니다. 내부 신고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시설장 교체 등의 처분도 병행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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