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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도 모르나 ―북괴의 비무장어선 공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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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석날 서해에서 들려온 어선 침몰소식은 남과 북, 그리고 해외의 모든 우리 겨레가 한마음으로 즐기던 민족적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뿌렸다.
북한 해군함정은이날 새벽 백령도 서쪽 공해상에서 평화로이 고기잡이하던 제31진영호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침몰시켰다. 선원 11명이 실종상태다.
그것은 우리가 유례없는 경제번영속에서 정치·산업분야의 진통을 극복하고 민주화를 진행하고 올림픽을 준비해 나가는데 대한 시샘풀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
북한측의 비인도적, 비민족적 만행을 증오하기에 앞서 같은 민족으로서 부끄러움과 함께 답답한심정을 금할 수 없다.
그 배는 북한에 도발하거나 위협이 될수 없는 비무장 민간 어선이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은 이배가 정탐행위를 했다면서 오히려 자기네 군함을 들이받아 침몰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조업용 시설밖에 안돼 있는 진영호가, 더구나 공해상에서 무슨정탐행위를 할수 있단 말인가. 이치에 닿지않는 상투적인 억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입만 벌리면「인민」을 외치고「민중」을 들먹이는 북한공산주의의 검은 속을 드러낸 또 하나의해적행위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먼저 해결해야할 것은 실종자 수색이다. 이것은사건을 일으켰고 현장에 있었던북한측이 책임질 일이다.
만의 하나, 북의 주장대로 배가 충돌하여 침몰했다면 실종자의 대부분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 해군이 현장에 갔을때는 1명밖에 없었다. 그러면 북한 해군이 그들의 구조를 거부했거나 구조해서 납치했을 가능성을생각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대한북한측의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평양당국에 묻는다. 도대체 지금이 어떤 때인가. 동과 서의 분단 국가들이 모두「개방」과 「협력」을 선택하여 대화가 진행되고 왕래가 확대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50년대적인 냉전의 결박상태에 묶여 있을 것인가.
강대국의 권력정치에 희생되어우리 국토가 양단됐다고 치자, 민족지도자들이 분열되어 남북이 분단됐다고 치자, 그러나 이 모두에 책임을 질 유일한 생존자는소련세력을 등에 업고 남한보다 한발 앞서 단독정부를 추진한 김일성 자신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김일성의 북한이 아직도 초기의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한채대결노선만 강화한다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우리도 과거를 따지기에앞서 대화를 통해 남북이 화해하고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켜 함께 민족공동체를 키워나가야 할 때다. 중국을 보나, 독일을 보나, 우리가 지금 서로 총질하며 싸울때가 아님을 평양은 알아야 한다.
이번 진영호 격침사건으로 남북대화 재개의 필요성도 더욱 절박해졌다. 더 이상의 민족적 자해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화는 즉각 재개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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