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장관, 정치적 입지 굳히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법무부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조직 내 서열, 출신 지역.학교 등을 종합적으로 안배해 조직의 안정과 화합에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원칙 따로, 내용 따로인 인사" "정치인 출신의 천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검찰 인사를 이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 인사 원칙 논란=이번 인사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종백 지검장의 거취 문제였다. 천 장관은 과거 이 지검장의 대상그룹 사건 처리와 관련해 문책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잘못된 수사에 대해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 장관의 인사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상명 검찰총장 등은 "국정원의 불법 도청 등 각종 의혹사건을 원만히 처리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상 사건은 지난해 7월 말 대검 감찰부와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수사상 문제가 없었다"고 이미 결론난 사안으로 이 지검장의 전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 지검장은 "조직 안정을 위해 수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관 광주지검 차장의 검사장급 승진(부산고검 차장)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차갑다. "부실 수사에 대한 문책"이 천 장관의 인사원칙이라면 박 차장의 승진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차장은 천 장관과 동향에다 목포고 1년 선배다. 특히 그는 2001년 6월~2003년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으로 있으면서 이른바 '병풍 사건'(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처리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명재 당시 검찰총장까지 그에 대한 보직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이 총재의 아들 정연씨의 병역 문제를 폭로한 김대업씨를 비호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수사팀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공정한 인사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장관 독단 견제 필요"=이번 인사는 사실상 천 장관의 '작품'이다. 이 지검장의 인사와 관련, 청와대와 갈등설까지 제기됐으나 끝내 자신의 의지를 그대로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 박상천 법무부 장관도 "잘못된 인사를 제자리로 돌리겠다"며 호남 인사들에 대한 편중 인사를 해 일선 검사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대통령에게 제청권을 행사하는 장관의 독단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문.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