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유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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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지성.박광현.연정훈.송승헌.장혁.소지섭.이정진…. 현역 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연기자들의 명단이다. 면면이 화려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연예기획사는 군대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군대 앞으로"와 맞물려 영화.드라마 제작자들의 시름은 깊어간다. 검증된 연기자 대신 신인을 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잘 되면 대박이지만,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유건(23.사진).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제작자의 선구안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현재 KBS-2TV 월.화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주인공을 맡고 있는 그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드라마 출연에 주연 자리를 꿰차더니, 이젠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용모? 그가 '제 2의 원빈' 으로 불린다는 점만 기억해 두자.

"제 2의 누구라고요? 제겐 영광이죠. 선배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사실 외모보다는 원빈이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여준 연기를 닮고 싶어요."

유건은 '…하느님'에서 지능지수(IQ) 65의 정신지체아에서 아이큐 180의 천재로 변신하는 역을 맡았다. 완벽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인으로선 녹록지 않은 역할이다. (그의 실제 IQ는 중학교 때 132, 고등학교 때 116이라고 한다)

"지능발달 장애아에 대한 연습을 따로 하진 않았어요. 다만 천진난만함을 표현하려 애썼죠. 일부러 어떤 설정을 한다는 게 부자연스럽다고 느꼈어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는 몰라도 인터넷엔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호평이 줄을 잇는다. 특히 그의 절절한 순애보는 여성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중이다. 귀여운 사기꾼 서은혜(김옥빈 분)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다. "어떻게 하면 너와 같아질 수 있겠니? 너처럼 전과자가 되면 똑같아 지는 거지…." 23일 방송에선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난동까지 부렸다.

유건은 방송.영화인들이 꼽는 2006년 최대어 중 하나다. 그는 올 초 개봉하는 이재용 감독의 영화 '다세포 소녀'에서도 주연급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이 신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다. 영광은 늘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학교(서울예술대 방송연예과)를 휴학하고 연기 지도를 받았어요. 9개월 동안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시나리오 읽기, 영화보고 따라하기, 연기수업 등에 열중했죠. 앞으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거예요." 스타가 명멸하는 연예가라지만, 신인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시청자로서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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