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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발언 파장, 기로에 선 안희정…이재명은 10% 회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2월 4주차 주중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19.2%를 기록해 2월 3주차(20.4%)보다 1.2%p가 낮았다. 안 지사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지난 1월 23일(1월 3주차 4.9%→4.7%) 이후 딱 한 달만이다.
당내에서는 “하락 포인트가 1.2%p에 불과하지만 내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 2월 4주차

리얼미터 2월 4주차

일단 안 지사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첫 하락이라는 점이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 1일 반 전 총장이 사퇴를 선언한 이후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1월 4주차에 6.8%에 불과했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2월 1주차에 13.0%를 기록하며 2배 가깝게 올랐다. 이후 안 지사는 한 달여간 한 번도 내리막길을 겪지 않은 채 20.4%까지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다. 이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차차기’ 꼬리표를 떼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팽팽한 양강 체제를 구축할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리얼미터 2월 1주차

리얼미터 2월 1주차

하지만 지난 19일 부산대 강연에서 이른바 ‘선의’ 발언으로 논란을 겪은 뒤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그간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의' 발언으로 반기문 불출마 후 첫 하락 #지지율 20%대 집중 견제 견딜까 #안희정 하락하고 이재명 다시 오르고

특히 마의 20%대에서 넘어졌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 20%’를 후발주자가 선두주자와 대등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기준점이라고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상대 후보들의 집중 견제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 논란 당시에는 ”우리는 한 팀“이라고 강조했던 문재인 전 대표도 이번에는 달랐다. 부산대 발언 이튿날인 20일 “분노가 빠져있다”며 각을 세웠다. 이후 안 지사가 캠프 스태프들에게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을 불러 일으킨다”고 언급하자 이튿날“사람이 아니라 불의에 대한 증오”라며 즉각 반박했다. 비공식적 발언에도 ‘확전(擴戰)’을 피하지 않을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해 12월 이른바 ‘우산’ 논란으로 상승세가 꺾인 바 있다.
이 시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희정 지사의 우산 안에도 가보고 김부겸 의원 우산도 들어가보고. 결국은 다 합쳐서 하나의 공동체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문재인 전 대표는) 1등이니까. 2, 3, 4등끼리 뭉쳐가지고 1등해 보겠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일단은 비슷하게 만들고, 우리가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만. 그렇게 해서 그래야 팀이죠”라고 답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이 시장의 발언이 ‘반문(反文) 연대’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안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시장님 유감입니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정치입니다”라고 적어 파장이 확산됐다.
이 시장은 이후 “민주당 팀플레이를 반문연대로 오해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반박했지만 지지율은 16.2%(12월 1주)을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촛불 정국’에서 타올랐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은 ‘우산’ 발언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촛불 정국’에서 타올랐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은 ‘우산’ 발언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안 지사 캠프에서는 무엇보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의 지지율 하락을 신경쓰는 분위기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안 지사의 광주ㆍ전남북 지역 지지율은 지난주 21.1%에서 14.2%로 6.9%p가 빠졌다. 전국 각 지역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안 지사의 행보가 중도층을 겨냥한 ‘산토끼’ 잡기였는데 결국 ‘집토끼’를 잃을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산ㆍ경남ㆍ울산 지역의 지지율은 지난주 18.6%에서 22.6%로 상승하기도 했다.

안 지사와 2위권 싸움을 벌이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10.1%를 기록해 2%p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이 시장이 10%대에 재진입한 것은 1월 3주 이후 5주만이다.
안 지사에게 실망을 느낀 야권 지지층이 다시 이 시장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두 후보 간 지지율이 서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날 청와대에 ‘촛불혁명 기념관’ 설치 등 ‘촛불혁명’ 12개 공약을 발표해 선명성 강화 행보를 이어나갔다.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할 때 이재명 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 혹은 정체됐다.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할 때 이재명 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 혹은 정체됐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역시 3주만에 10%대에 재진입하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안 전 대표는 대전ㆍ충청ㆍ세종(6.3%p),광주ㆍ전남북(4.1%p) 등 지역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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