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업계 M&A'정글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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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철강업계 1위 미탈 스틸이 끝없는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세계 철강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미탈 스틸은 지난달 27일 세계 2위 아르셀로에 대해 186억 유로(약 226억 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아르셀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탈 스틸의 공격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미탈 스틸의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종업원 32만 명에 연매출 700억 달러, 연간 생산량이 1억1300만t에 달하는 '철강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 3위인 신일본제철보다 세 배(생산량 기준) 넘게 몸집이 커진다.

칼 빼든 미탈 스틸=미탈 스틸의 소유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락슈미 미탈은 "지난 10년간 세계 철강업계의 화두는 덩치 키우기였다"며 "미탈 스틸과 아르셀로도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미탈은 인수합병의 이유를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기 위해"라고 밝혔다.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3위인 미탈은 1976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인도네시아 철강 공장을 연이은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철강회사로 키워냈다. 미탈 스틸은 2004년 당시 미국 최대 철강회사였던 ISG를 45억 달러에 인수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엔 우크라이나 철강업체 크리보리즈스탈 지분 93%를 48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탈은 그간 "연 생산량 1억t은 돼야 진정한 글로벌 철강 기업"이라며 추가 인수합병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런 미탈의 먹잇감으로 이번엔 아르셀로가 선택된 것이다.

반격 나선 아르셀로=아르셀로의 CEO인 기 돌레는 즉각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돌레는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신일본제철이나 바오산강철.포스코 등과 지분 교차소유나 금융협력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탈의 공격이 거세지면 주요 철강 회사들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미 신일본제철과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이번 주 후반 신일본제철의 CEO와 회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일본제철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우리는 아르셀로뿐 아니라 미틸 스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르셀로는 미탈 스틸의 인수 거부 이유로 '문화적 차이'를 들고 있다. 돌레는 "미탈 스틸과 아르셀로는 기업 문화가 달라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탈 스틸 지분의 88%를 락슈미 미탈 일가가 소유한 지배구조를 비판하며 "합병으로 얻는 이익이 없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유럽연합(EU)은 '철강 공룡'이 탄생하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미탈 스틸의 인수합병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네일리 크루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인수가 EU의 반독점 금지 규정에 위반하는지를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셀로 지분의 5.6%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인 룩셈부르크 정부도 1일 "아르셀로에 대한 미탈 스틸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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