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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긴가민가] 이젠 보여 주마-은수의 속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은수’는 종로 12번 마을버스 이름이다. 혜화역-서울대병원 장례식장-서울대병원 현관-종로4가 세운상가-종로3가를 뺑뺑 돌며 살았다. 무릎이 쑤시고 옆구리가 결리고 기침에다가 가래까지 끓어 회사를 관뒀다. 뒷방에서 골골대던 어느 날, 어떤 오빠야 꼬임에 넘어가 세상 주유에 나섰다. 얼떨결에 677일 동안 5대륙 48개국 147개 도시를 돌았다.

은수의 좌충우돌 방랑기가 궁금하면 아래 링크 꾸욱~~
http:www.joongang.co.kr/article/20535255

더 기막힌 이야기가 있는데 또 궁금하면 아래 링크도 꾸우욱~~
http:www.joongang.co.kr/article/20535323

은수의 내부는 그림처럼 생겼다.

긴가민가 마을버스 은수

긴가민가 마을버스 은수

15인승 현대자동차 버스 E-COUNTY를 개조했다. 뒤쪽 좌석을 뜯어내 수납함을 만들었다. 뚜껑을 덮으면 침대가 된다. 남은 네 개의 좌석은 안락의자로 바꿔 푹신하니 졸기 좋다.

곳곳에 숙식용 장비가 숨어있는데 수납함에는 침구와 온갖 연장과 생활용품이 들어있고, 밥을 할 수 있는 전기코드도 달려있다. 운전석 계기판에 붙은 코드에 전기오븐을 연결하면 달걀 후라이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조수석 뒤 바구니엔 태양초고추장, 참기름, 소금, 간장 ,후추, 다시다 같은 양념들이 빼곡하다. 운전석 뒤의 바구니엔 자동차 보험증서, 스카치테이프, 쓰지 않은 수건, 건전지, 먹다 남은 약봉지 등등이 있다.

양쪽 창가 손잡이엔 빨래를 넌다. 우산과 꺼먹 비니루 봉다리가 달려있고 줄넘기도 걸려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저 분이 은수를 꼬신 임택 오빠야, 그러니까 은수 아부지 되시겠다. 여행 중에 숱한 언냐 아재 형아 누나들이 은수를 타고 다녔는데 다들 지켜야 할 규칙 하나는
-차안에서는 실내화로 댕기기
출입문 옆에 있는 세숫대가 실내화 그릇이다.
작년 8월 30일에 서울에 골인한 은수, 궁금해서 전화해봤다.

은수 아부지는 뭐허구 기시는규?
아하하 이리루 와요.
어딘디 그류. 비온다구 퍼자시구 기신규?
아하하하 외쿡에서 손님이 왔어요. 안국동에서 한잔하고 있어요. 빨리 오세요.
조국을 구허구 민족을 위해야 하니 갈 수가 읎어유. 은수는 잘 있어유?
그럼요. 아무 탈 없이 잘 다니고 있어요.
<은수 여행 장학생 프로젝트> 그러니까 은수 아부지가 강연이며 책이며 뭐 하여튼 여행 관련으루다가 버는 돈으루 저소득층 아이며 장애우며 다문화가정 아이들 해외 보내는 일 진도는유? 앞으로 1000명 보낼 생각하믄 하늘이 노랄 텐데.
아하하하하하. 사단법인 ‘위스타트’를 통해서 대상자를 찾고 있어요. 1번 타자는 구하고 2번 타자 찾고 있어요.
은수랑은 요새 어딜 댕겨유?
‘방방곡곡 마을여행’ 밀양 포천 장수 거제 다녀왔어요.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 뵙고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태워주고 틈틈이 다녀요. 쫌 있다가 제주도 한 바퀴 돌러 가요.
은수 덕에 아부지가 글로벌루다가 엄청 유명한 스타로 떴으니 여세를 몰아 이장 함 해봐유. 
아하하하하할할헐헐핥핥뷁붸엑~~~

개조를 한 은수는 돌아온 뒤 자동차검사 때문에 좌석을 더 붙여 10인승이 됐다. 저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은수 몸 안팎은 사연을 담은 글과 서명으로 가득하다. 나도 매직으로 한마디 보탰다.

은수, 삽자루 오빠야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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