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 항공사’ 고려항공, 사실상 북한군 하부조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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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연속 ‘세계 최악의 항공사’로 선정되며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됐던 북한 고려항공이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항공 직원이 김정남 암살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22일 밝혀지면서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김정남 암살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정찰총국 요원 등이 직원으로 위장 #사치품,군수물자 밀수 가담 의혹도"

고려항공은 북한 공군과 밀접히 연관돼 있어 사실상 북한군의 하부 조직으로 간주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찰총국 등 북한 정보기관 요원들이 항공사 같은 기업의 직원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김욱일이 항공사 직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암살범들의 입국이나 도주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유일한 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판매하는 등 겉으로는 상업 항공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유엔은 2014년 한 보고서를 통해 “고려항공의 항공기와 승무원은 북한 공군 소속”이라며 “고려항공과 북한군 사이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전문지 NK뉴스는 북한군이 2013년 인민군 창건 기념 사열식에 고려항공의 항공기를 동원한 사실을 들어 이 항공기들이 북한군에 의해 운항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고려항공을 통해 김정은을 위한 사치품이나 군수물자를 밀수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고려항공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서 제재 대상에 올라 중국·러시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해외 노선 운항이 대부분 중단됐다.

고려항공은 현재 평양에서 중국 베이징·상하이·선양(瀋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7개 해외 도시와 함경북도 어랑군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보유 여객기는 4대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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