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고려항공… "지난 금요일까지 출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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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2일 김정남 암살사건 관련해 찾아간 고려항공 쿠알라룸푸르 사무실의 안내 표지(위에서 두번째). 사진=신경진 특파원.

2월22일 김정남 암살사건 관련해 찾아간 고려항공 쿠알라룸푸르 사무실의 안내 표지(위에서 두번째). 사진=신경진 특파원.

북한 고려항공의 쿠알라룸푸르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22일 오후 12시30분 김정남 암살 사건에 고려항공사 직원이 연루됐다는 경찰 발표를 듣고서 찾아간 메나라 사푸안 빌딩.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서 5분 거리인 잘란 암팡 구역에 위치해 있다. 이곳 로비 안내표지엔 ‘고려항공(Air Koryo)’이 20층에 있다고 돼있었지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딘가에서 나타난 외국 항공사 직원이 기자의 사진 촬영을 막았다. “이곳이 고려항공 사무실 맞느냐”고 묻자 “맞다”고 하면서 “직원들이 아직 출근 안 했다”고 했다. 항공사·건설사 등 20여 개 업체들이 칸막이로 나뉜 채 공용으로 사용하는 사무실로 보였다.

김정남 암살에 북한국영항공사 직원도 연루 #사무실 이전한 듯…경찰 "2등 서기관도 수배"

이곳을 관리하는 곳은 ‘하이스카이’라는 사무실렌털업체. 하이스카이에 문의하자 “(고려항공 직원들은) 지난주 금요일까지 출근했지만 그 이후론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고려항공이 다른 사무실 구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딘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월22일 김정남 암살사건 관련해 찾아간 고려항공 쿠알라룸푸르 사무실. 사진=신경진 특파원.

2월22일 김정남 암살사건 관련해 찾아간 고려항공 쿠알라룸푸르 사무실. 사진=신경진 특파원.

고려항공은 2011년 말레이시아에 취항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2014년 들어 취항이 중단됐다. 하이스카이 측 설명에 따르면 취항 중단에도 불구하고 고려항공 직원들은 지난 17일까지 이곳에서 정상근무 중이었다는 얘기다. 그 중 1명이 지난 13일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국영항공사 고려항공 직원 1명이 지난 13일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발표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쿠알라룸푸르 시내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지우로 추정되는 북한 국적 용의자 1명과 또다른 북한 국적자 2명이 아직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다”면서 이 2명의 신원이 각각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라고 밝혔다.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외교관 및 공공기관 직원이 특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북한 대사관 측은 침묵을 지켰다. 대사관을 빠져나가는 남자 직원을 붙잡고 “김정남을 아느냐” “현광성을 아느냐” 질문을 던졌지만 “모른다”는 답뿐이었다.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주범으로 추정되는 오종길(55) 등 용의자 4명이 사건 직후 출국 해 이미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모르쇠’ 전략, 나아가 적반하장식 억지부리기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의 칼끝은 북한을 암살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2월22일 김정남 암살사건 관련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기자회견. 사진=신경진 특파원.

2월22일 김정남 암살사건 관련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기자회견. 사진=신경진 특파원.

쿠알라룸푸르=신경진ㆍ김준영 특파원, 서울=강혜란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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