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어느 재소자가 김선생님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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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선사초등학교 김은강 교사(본지 NIE 연구위원)는 지난달 초 교도소에서 온 편지 한통을 받았다. 수감(收監)생활을 하는 천동원(가명)씨가 5월 13일자 중앙일보 NIE면(26면)에 실린 김교사의 칼럼('현장에서')을 읽고 공감해 보낸 것이다.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김선생님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생각나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담 안의 막연한 현실에서 선생님의 말씀은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갑작스런 편지에 당황했다면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학교 이름은 신문을 통해 알았지만 주소를 몰라 누나에게 부탁했습니다.

2학년 학급을 맡으셨지요. 언제나 밝은 미소로 어린이들을 편하게 대해 주시니 그들 모두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올곧게 크리라 믿습니다.

저는 2년6개월의 형을 받고 복역 중입니다. 갇히고 나니 가깝게 어울리던 사람들조차 등을 돌렸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배려나 이해심.신의는 사라지고 오직 이해타산에 의해 움직이더군요. 이제는 6개월이 지나니 어느 정도 적응이 돼가고 있어요. 식사도 주는 양 모두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독서도 하면서 지내지요.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절망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소연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배려와 이해심을 강조한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제 속을 풀어놓아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날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2003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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