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화 이후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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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의 학내문제를 단계적으로 대학에 일임한다는 내용의「대학자율화 실천계획」이 25일 확정, 발표되었다. 6·29선언 후 학계를 비롯해 각계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종합해서 마련한 이 계획은 대학의 모든 문제는 대학스스로의 자율과 책임아래 풀어야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있다.
당장 2학기부터 국공립대학에는 학과 설치와 폐지, 교원 인사문제를 다룰 협의 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게 되었고, 내년부터는 국공립 대학총장은 교수·동문·학부모대표 등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2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 정부가 임명하며, 사립대 총장에 대한 승인제도 폐지되었다.
말썽 많던 교수재임용제도 폐지되었으며, 사립대 등록금도 89학년도 이후에는 대학간 협의기구를 통해 책정토록 되었다.
학사행정의 알파에서 오메가에 이르기까지 문교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간여해온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기면 이것은 가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부를만하다.
대학의 자율적 운영이 시대적 요청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대학은 오직 문교부가 시키는 대로 획일적으로 움직였을 뿐 대학교육의 본질이라 할 독창성·수월성, 그리고 개방성과 다양성은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대학자율화 방안은 국민의 민주화 여망과 맞아떨어짐은 물론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설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율에는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것은 대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니 대학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의미의 의무와 책임이 요구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앞으로 대학의 최고의사를 결정하게 될 평의원회만 해도 그 동안의 타율에 대한 반작용이 그 구성의 배경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압력단체로서의 구실보다는 대학인의 지성과 양식에 바탕해서 민주적으로 운영되기를 당부하고 싶다.
고삐가 풀리면 그에 따른 진통도 크게 마련이다. 요즘 학내문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부 대학가의 소요를 보면 앞으로 대학이 정상을 되찾는데 어려운 고비가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각 대학의 평의원회가 학생·교수·재단 등의 의견을 수렴, 조정하는 긍정적 기능을 통해 대학의 권위회복에 기여해야함은 당연한 요청이다.
특히 사학의 경우 재단운영의 비리나 족벌운영 등 말썽의 소지는 미리 미리 없애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의 통제가 심할 때도 입시부정이나 학교 돈 빼돌리기 등으로 물의를 빚는 터에 통제가 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일부 의구심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기적 인력수급계획과 관계되는 정원조정, 사학의 등록금 자율화 등은 물론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결정될 문제겠지만, 이로써 정부의 대학자율화에 대한 기본방향은 제시된 셈이다.
어떻든 공은 이제 대학의 손으로 넘어왔다. 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선도적 위치에 비추어 대학자율의 성패는 다른 모든 분야에 직접·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앞으로 대학운용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자 하는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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