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은 '비'에 젖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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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중문화의) 대사(The Ambassador)'란 제목으로 비 기사를 대서특필한 29일자 뉴욕 타임스.

"아시아 한류 돌풍의 주역인 '비'가 미국 대중 문화의 중심 무대에 서다."

미국의 대표적인 권위지 뉴욕 타임스(NYT)가 뉴욕 공연이 임박한 비(본명 정지훈.24)와 한류 얘기로 29일자 2개 면을 채웠다. 비는 2월 2, 3일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아시아 연예인으로는 첫 단독 공연을 한다.

문화.레저 섹션의 1면과 다른 한 면을 할애한 NYT는 아시아에서 그의 대중적 인기와 그가 한류 최고 스타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신문은 "비가 지난해 베이징 공연에서 4만 명, 도쿄에서 2만 명의 관중을 모았다"며 그런 인기가 미국에서도 통할지가 관심거리라고 덧붙였다. "모든 아시아의 연인인 비가 (동.서양 간) 벽을 무너뜨리고 문화적 다리를 놓음으로써 미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첫 동양인 팝스타가 되려 한다"는 것이다.

NYT는 "비는 엄청난 스타로 아시아 고유의 가수이자 아시아 문화적 자존심의 중심이 됐다"고 칭찬했다. 비는 NYT와 한 인터뷰에서 "최고의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아시아인이 성공하는 걸 보고 싶으며, 그 첫 주인공이 내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런 목표를 향해 비는 현재 열성적으로 영어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그는 영어를 웬만큼 배운 뒤 10월께 영어로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 NYT에서 밝혔다.

신문은 "포케몬에서 '볼리우드(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인도 영화산업을 지칭)'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대중문화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비가 미국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난 속에서 성장한 비의 개인적인 스토리도 소개됐다. 신문은 비가 가수 겸 작곡가인 박진영에 의해 발굴될 당시 병석에 있던 비의 어머니에 관한 얘기도 실었다. 그때 비는 병든 어머니와 함께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다. 비는 가수 계약이 성사되자마자 어머니의 치료비를 대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게 쓸 돈이 있으면 아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모친은 아들이 데뷔하는 걸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으며, 이런 가슴 아픈 사연이 그의 성장에 원동력이 됐다고 NYT는 전했다. 인터뷰에서 박진영은 "비가 놀지도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매일 몇 시간씩 연습에만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아시아의 대중문화가 미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도 NYT는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아시아계 청소년들이 한류 등의 주된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든 원하는 음악과 공연을 접할 수 있게 됐으며, 이것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아시아 스타에 열광하는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이번에 비의 공연을 보러 오는 1만 명 이상의 팬은 비가 누구인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연 주최 측은 "표를 구입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중국계며 일본계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 전용 채널인 IAE 시청자의 60%는 아시아계가 아니며 맨해튼 59번가에 자리 잡은 아시아 영화 전문 상영관의 손님도 70%가 비(非)아시아계다. '문화의 세계화'로 비아시아계 미국인들도 동양의 대중문화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공연 날짜가 하루 더 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연 관계자는 "애초 2월 2일 하루만 공연할 계획이었으나 폭발적 성원으로 이틀로 늘렸다"며 "좋은 좌석은 판매 2~3일 만에 매진됐다"고 말했다. 티켓값은 60~150 달러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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