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손가락 욕에 'ML 발칵'

중앙일보

입력

▶ 5일 오클랜드와의 아메리칸 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앞서 선수 소개시 보스턴 팬들이 야유를 보내자 김병현이 오른손 중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다.

"×먹어라. 보스턴."

보스턴 레드삭스 김병현(24)이 5일(이하 한국시간) 홈팬들 앞에서 오른쪽 중지를 세우는 불순한 제스처로 파문을 일으키며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오른손 중지를 세우는 행동은 미국에서 상대방을 극도로 모욕하는 행위로 자칫 메이저리그에서의 활동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5일 펜웨이 파크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디비전 시리즈 3차전. 경기에 앞서 양팀 선수단 소개가 진행될 때였다.

레드삭스 마무리 투수 김병현이 소개되자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지난 8월 중순 이후 일부 보스턴 팬들은 김병현이 등판할 때마다 야유를 보내고 있다. 김병현은 순간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오른손 중지를 세운 채 모자 챙을 가리켰다.

김병현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곧바로 경기에 들어가는 바람에 확인이 되지 않았으나 케빈 밀라 등 일부 동료들과 같이 머리카락을 깎아 모자를 벗을 수 없거나 별다른 의미 없는 자세로 보였다.

하지만 김병현의 이 같은 동작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TV 방송 화면을 통해 재확인에 나서는 등 간과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AP 통신도 김병현의 이 행동을 긴급히 타전하는 등 사건이 확대될 전망이다.

<보스턴 헤럴드><보스턴 글로브>지 기자들은 국내 취재진을 상대로 김병현의 동작의 의미 등에 대해 물어 왔다. 또 김병현이 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거부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묻는 등 이날 행동을 계기로 가만히 있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병현은 보스턴 이적 초기까지만 해도 팬들로부터 많은 성원을 받고 현지 언론들과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맺어 왔으나 지난 8월 중순 이후 극도로 불편한 사이에 빠졌다. 김병현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보스턴에는 밤비노의 저주 등 안 좋은 얘기들이 많다는 사실을 들어 왔다"고 말한 것을 현지 언론들이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가 왜 그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느냐'고 시비를 걸면서 관계가 나빠졌다.

이적설이 설득력 있게 나도는 가운데 이래저래 꼬이는 빨간 양말 수호신이다. 김병현은 경기후 "보스턴 팬들과 모든 야구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보스턴=노재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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