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인형의 진화…소년과 트랜스젠더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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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인형이 또 한번 변신했다. 지난해 특유의 날씬한 체형을 버려 주목 받았던 바비 인형이 이번엔 소년 친구를 갖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완구업체 마텔은 31년 전통의 인기 라인 ‘아메리칸 걸’에 남자 어린이를 모델로 한 제품을 추가하기로 했다.
 마텔 측은 “그 동안 아들을 둔 부모들의 요청이 많았다”고 소년 인형 제작 사유를 밝혔다. 갈색 머리에 체크무늬 남방과 청바지를 입은 46㎝ 크기의 소년 인형에는 ‘로건 에버릿’이란 이름을 붙였다. 애버릿이 출시되면서 ‘소녀’를 상징하는 라인명도 바뀔 전망이다.
 또 다른 완구업체 토너돌컴퍼니는 트랜스젠더 인형 출시 계획을 내놨다. 트랜스젠더인 미국 소녀 재즈 제닝스(16)가 실제 모델이다. 남자로 태어난 제닝스는 성정체성 혼란을 느끼다가 6살 무렵 수술을 받고 소녀가 됐다. 당시 ABC방송 보도 프로그램 ‘20/20’에 출연하면서 어린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을 미국 사회에 불러일으켰다. 2015년엔 시사 주간 타임지가 선정한 ‘10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30인’에도 꼽혔다. 현재 제닝스는 케이블 방송사 TLC의 리얼리리쇼 ‘나는 재즈(I am Jazz)’에 출연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제닝스를 닮은 인형엔 핑크색 상의와 짧은 청바지를 입힐 예정이다. 가격은 90달러(약 10만5000원) 정도로 책정됐다고 NYT는 전했다.
 바비를 비롯한 패션 인형의 변신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일각에선 “완구 업체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한 나머지 오리지널 제품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없애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제 업체들의 수익은 예전만 못하다. 마텔은 20년 전 700만 달러(약 81억 9000만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지난해엔 570만 달러(약 66억 7000만원)를 버는데 그쳤다. 결국 변종 제품 출시를 새 돌파구로 삼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말엔 흑인 소녀를 모델로 한 ‘가브리엘라 맥브라이드’란 이름의 한정판 인형을 내놓기도 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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