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효리'는 장미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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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활동중이거나 연예계를 떠난 옛 스타들을 찾아가는 '스타 타임머신'이 연재됩니다. 어느덧 중견 연예인이 돼있지만, 젊은 시절 요즘 신세대 스타 못지 않게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왕년의 톱스타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팬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은퇴 스타들을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18세. 꽃다운 나이에 춘향이의 싱그러운 사랑을 연기했던 장미희(46)가 이젠 완숙미를 자랑하고 있다.

1980년대 유지인 정윤희와 함께 '트로이카'를 이뤘던 장미희. 우아함의 대명사였던 그도 세월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1976년 <성춘향전>으로 데뷔했던 그는 <겨울여자><별들의 고향><불새><욕망의 늪><적도의 꽃><깊고 푸른 밤> 등 숱한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대표적인 여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트로이카 중 가장 서구적인 얼굴과 몸매를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꾸준히 연기 생활에 전념했다. 작년 영화 <보리울의 여름>에 출연하는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여전히 맹활약 중이다.

1981년 <세번은 짧게 세번은 길게>와 1996년 <애니깽>에서 장미희를 기용했던 김호선 감독은 "80년대 당시 주간지에서 거의 매주 장미희 동정 기사가 나갔다. 일거수 일투족이 속속 보도됐는데 현재의 이효리 못지 않았다. 80년대에는 동시녹음기술이 없어 성우들이 더빙했는데 장미희 목소리 연기를 도맡아한 성우의 개런티가 가장 비쌌다"고 장미희의 인기를 설명했다.

그가 새롭게 대중에게 인식된 것은 지난 98년 MBC TV <육남매>에 출연하면서부터. 당시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똑(떡) 사세요'라는 빅히트어(?)를 만들었다.

또 한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밝힌 "아름다운 밤이에요"는 개그우먼 이경실의 입을 통해 회자됐다.

그 이후 장미희는 편안하고 코믹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현재 출연중인 SBS TV <흥부네 박터졌네>에서도 실패한 '꽃뱀'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이런 변화를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동안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어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배우란 대중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 후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대배우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까. "물리적으로 안되는 일을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 웃으며 "학교(명지대 연극영화과 교수)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해서인지 정신적으론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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