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최종변론 앞두고 과격 표현 난무한 광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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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호 07면

“기각은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지르는 사건”
“탄핵은 형제 살해 북한 정권과 닮아”

헌재 최종변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18일,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세종대로 일대에서 각각 열렸다. 양측은 격한 표현으로 헌재를 압박했다. [뉴시스·전민규 기자]

헌재 최종변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18일,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세종대로 일대에서 각각 열렸다. 양측은 격한 표현으로 헌재를 압박했다. [뉴시스·전민규 기자]

헌법재판소 최종변론(24일)을 엿새 앞둔 18일 서울시청 옆 세종대로는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됐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4시30분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대권 주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70만 명(주최 추산)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며 “헌정 사상 최초ㆍ최대 위기의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 세력들의 국정 농단, 국기문란 사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국정 공백 상태가 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특검 연장” “탄핵 지연 반대” 구호를 외쳤다. 김덕진 퇴진행동 대외협력팀장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실세를 구속시킬 수 있었던 힘은 국민 여러분이었다. 다른 재벌들도 벌벌 떨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후 7시 30분 집회를 마친 이들은 청와대와 헌재로 각각 행진했다. 이에 앞서 오후 1시에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시민대토론회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2000여 명은 선거제도와 재벌 개혁 등 11개 분야별 개혁 과제를 논의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날 250만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김평우 전 대한변협회장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대통령을 탄핵하려 하는 건 형제를 살해한 북한 정권과 닮아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목을 쳐서 단두대로 자르고 그것도 부족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잡아 넣는 민중혁명을 막는 건 태극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희정이란 사람은 2002년 선거 당시 노무현의 오른팔로 삼성 돈 30억원을 받아 감옥에 갔다 왔다. 문재인씨는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만나러 제일 먼저 가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탄핵 반대 단체들은 이날 국민저항본부를 발족했다. 이들 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태는 고영태 세력의 국가 반란이자 남창(男娼) 게이트로 입법·사법·행정부 모두 고영태 일당의 설계에 따라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국가 반란 사태의 배후에는 정상적인 선거를 거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정권을 찬탈하려는 야권이 있다. 이에 맞서 우리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을 천명한다”며 격렬한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은 헌재 최종변론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주말 집회였다. 그래서인지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두 단체는 곳곳에서 격한 표현을 써가며 맞섰다. 촛불집회 현장에선 박 대통령과 황교안 권한대행 등이 수의를 입고 있는 합성사진을 담은 유인물이 배포됐다. 환수복지당은 유인물을 통해 “헌재의 기각은 민중이란 총의 격발기와 같다. 민중은 이미 폭발하고 싶은 감정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누르고 있다. 바로 이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바로 헌재 기각”이라고 경고했다.

태극기 집회에서도 “군대가 나서야 한다” “계엄령이 해결책”이란 피켓이 곳곳에 걸렸다. 곳곳에서 군가가 울려 퍼져 전쟁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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