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엔 가을바람만|서울 연극제 막은 올랐는데...|한회 백명 안팎 "옹기종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우리 연극무대의 최대 제전인 제11회 서울 연극제에 비상이 걸렸다. 객석이 텅 비고 일부 연극에 대해 구태의연하다는 비판까지 쏟아져 참가극단 중 아직 작품을 무대에 내놓지 않은 극단들과 주관측(한국연극협회)의 애를 태우고 있다.
연극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객석은 7백9석. 한 극단이 하루2회씩 5일간 공연하므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좌석은 모두 7천여 석에 이르고 있으나 관객수(유료)는 겨우 15%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초청공연이자 첫 공연이었던 국립극단의 『꿈하늘』(8월25∼28일)은 4회 공연에 유료관객 2백53명이 관람해 회당 63명을 기록했고 역시 초청공연인 87년 지방연극제 최우수상 수상작인 부산예술극장의 『노인, 새되어 날다』 (29∼30일)는 3회 공연에 3백53명을 동원해 회당 1백18명이 관람했다.
경연작품 중 첫 작품인 극단 미추의『지킴이』 (31일∼9월4일) 는 10회 공연에 2천1백67명 (회당 2백17명)이, 두 번째 작품인 극단 실험의 『타인의 하늘』 은 10회 공연에 1천78명의 관객(회당 1백8명) 이, 또 세 번째 작품인 극단 여인극장의 『자유혼』 (10∼14일)은 9회 공연에 8백10명 (회당90명)이 객석을 채워 「쓸쓸한 연극제」 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연극협회 사무국장 유용환씨는 『5개 극단을 합친 4천여 명의 관객수는 예년 같으면 한 극단의 관객수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뒤『전반에 공연된 작품들은 무거운 주제로 인해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했으나 후반에 공연되는 작품들은 현대적이며, 극적 재미를 가진 무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후반에 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단 여인의 대표 강유정씨는 『수준 높은 연극제에 관객이 안 모이는 것은 최근 들어 연극계가 남발한 덤핑 표 때문』이라며『거저 주다시피한 저질 연극의 싸구려 표에 길들여진 관객들이 공식입장료 앞에서 주춤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예술극장의 대표 이영직씨는 『에로티시즘 연극이나 달콤한 번역극에만 길들어 있는 연극 팬들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며 『지방연극제의 열기와 관객 수에도 못 미치고 있는 데에 놀랐다』고 말했다.
연극평론가 김방옥씨는『전반부에 공연된 작품들이 교훈적 (『지킴이』)·예술성만을 고려(『자유혼』)·무거운 주제(『타인의 하늘』)등 연극의 오락적 기능을 무시해봤다』며 『우리주변에 놓여있는 시대상황 및 일상생활이 반영돼 있지 않은 점이 연극 내적 요인 중 가장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씨는 앞으로 공연될 『어느 족보가 그 빛을 더하랴』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 『부가부가』 『부자유친』 등은 현실 비판적인 내용이거나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한 것들이어서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