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단의 원로 풍곡 성재휴 화백회고전|강렬한 색채의 독보적 화풍|파필·발묵·파묵등 자유로운 기상 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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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동양화단의 원로 풍곡 성재휴화백(72)의 회고전이 19일부터 10월18일까지 한달 동안 중앙일보 새사옥 호암갤러리에서 열린다. 풍곡화백은 독특한 구도와 강렬한 색채의 조화로 독자적인 화경을 펼쳐온 재야작가-.
이번 회고전에는 수묵위주의 초기작품부터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표출해낸 강한 색감의 최근작까지 체계적으로 정리, 1백여 점을 내놓았다.
이밖에 병풍2·도자기그림13·스케치15점을 곁들여 풍곡예술의 이모저모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몄다.
풍곡화백은 33년 약관18세에 당대의 명가인 석재 서병오문하(대구)에 들어가 『개자원화보』로 동양화의 기초를 익히고 서예·사군자도 배웠다.
첫번째 스승인 석재가 타계하자 의재 허백련을 찾아가(34년) 본격적인 동양화 수업을 받았다.
의재 문하에서 3년 동안 남화산수를 공부했지만 스승의 화풍에 물들지 않고 개성있는 자기 세계를 만들어 냈다.
오늘날 화단이 풍곡 그림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그의 독창적인 작업 때문이다.
풍곡은 한국에서 보다 외국서 먼저 실력을 인정받았다.
57년 미국의 뉴월드화랑이 주최한 「한국현대작가전」에 초대 출품했다.
이 초대전은 뉴욕에서 화랑을 경영하는 「부세티」여사가 직접 내한, 자신의 눈으로 골라간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시각보다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선택이었다. 전통적인 정신과 기법이 지배적이던 당시의 화단에서 풍곡화백과 같이 색다른 형식의 그림은 인정받지 못하던 터에 외국전문가의 눈에 발탁, 개성이 뚜렷한 그림으로 꼽혔다.
이 전시회를 계기로 58년에는 샌프란시스코 박물관이 주최한 아시아 미술전에 초대되고 60년에는 뉴욕 빌리지미술관 공모전에서 돛배를 그린 『항구』가 금상을 받아 국제적인 화가로 발돋움했다.
61년에는 동경국제미술전에 초대되고, 뉴욕시립도서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62년에는 워싱턴웨스트 엔드 화랑이 초대전을 열었다.
이무렵 외국에서 그림이 팔리는 동양화가는 풍곡화백 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도 78년 특이한 구도와 현대적 조형이 돋보이는『송림촌』으로 제4회 중앙문화대상 예술상을 수상, 풍곡예술의 절정을 이루었다.
재야작가로 우뚝한 자리를 지키던 풍곡화백은 82년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83년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올해로 5번째 출품했다.
풍곡화백은 자유인다운 생활태도와 소탈한 서민적 성품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 파필·발묵·파묵등의 운필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적·황·청의 강렬한 원색대비로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풍곡화백의 작품에 대해『화면에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커다란 기개를 나타내고 조그마한 정리보다는 근본적 조형원리를 터득, 탈전통의 조형세계를 이루었다』고 평한다.
미술평론가 이귀열씨는 풍곡 그림의 특징을 힘차고 거칠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강한 조형성,풍부한 형상성,「기운생동론」에 뿌리를 둔 생동감을 내고있다는 평이다.
이규일 (호암갤러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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