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주먹질… 편싸움 … 살벌한 야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빈볼 시비로 얼룩진 프로야구 삼성-LG의 지난 주말 대구 시리즈는 '저잣거리의 편싸움에도 지켜야 할 도리는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빈볼은 비신사적 행동을 한 상대선수에게 위협과 경고의 의미로 종종 쓰인다. 그러나 최소한 예의는 있어야 한다. 타자의 등을 겨냥한다든지 해서 큰 부상은 피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과 LG의 시비는 세련되지 못했다.

9일에는 삼성의 이승엽이 LG 서승화와 주먹다짐 끝에 퇴장당했다. 10일에는 3회초 삼성투수 노장진이 김재현의 오른손 팔꿈치를 맞혀 경고를 받았고 5회말에는 LG 투수 장문석이 마해영의 팔꿈치를 맞혀 역시 경고를 받았다.

두 팀은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삼성은 9일 경기에서 이승엽이 8회 투구에 맞았고, 마해영이 주루 플레이 중 송구에 헬멧을 맞는 등 먼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LG는 삼성에서 벼르고 있다가 10일 김재현을 맞혔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문제는 두 팀 모두 상대를 '동업자'로 여기지 않는 데 있다. 상대팀 간판타자를, 그것도 부상위험이 큰 팔꿈치 부위를 맞히는 보복성 투구를 본 야구팬이라면 누구라도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상대는 쳐부숴야 하는 적이 아니라 규칙에 따라 경쟁하는 동료다. 만약 '싸움 구경'을 원했다면 팬들은 야구장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