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채소값…산지서 식탁까지 유통 추적|250원짜리 배추가 800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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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원도 고냉지(고냉지)채소밭에서 4·5t짜리 한트럭분에 70만원인 배추(평균2천8백포기· 상품)가 13∼14시간후 서울가락동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2배 비싼 1백20만원선에 팔린다. 또 트럭떼기로 80만원인 무(평균3천5백개·상품)도 1백4O만∼1백60만원선으로 껑충뛴다.
산지값으로 따져 포기당 2백50원골인 배추가 도매값으로 4백80원, 개당 2백30원인 무우는 4백∼4백60원으로 2배.
주택가 시장에서 소매값은 더 뛴다. 배추는 포기당 8백∼9백원, 무우는 7백∼8백원씩에 팔린다. 산지로부터 산지상인→위탁판매상→중간상→소매상의 손을 거치는 사이 값이 3배이상 치솟는다.
이같은 채소값 폭등은 경기, 충남·충북, 전남·북지방의 채소가 수해로 츨하 물량이 귀해진 틈을 이용, 산지상들이 강원산지에서 물량을 매점, 값을 터무니없이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산지출하=16일 상오8시쯤 국내 최대의 고냉지채소주산지인 강원도평창군도암면대관령 박모씨(40·도암면 횡계3이)의 채소밭.
산지상인 이모씨(52·서울중림동)가 밭에 있는배추중 제일 좋은 것을 골라 한 트럭에 70만원, 또다른 산지상 양모씨(47·경기도과천시)는 무우를 80만원에 흥정한다.
인부 5∼6명이 밭에서 무우·배추를 뽑아 차에 싣는 시간은 4∼6시간 정도. 산지를 츨발한 트럭이 서울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5시간정도지만 하오 11시를 전후해 시작되는 위탁판매시간에 맞춰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도착한다.
강원도내 양구·정선·삼척등지에도 서울·부산등 대도시에서 중간상인 1백30여명이 몰려들어 무우·배추를 밭떼기로 사들인다.
◇위탁판매=16일하오11시쯤부터 17일 상오4시전후까지 계속된 서울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위탁판매에서 거래된 최고가는 4·5t한트럭분 배추1백4O만원, 무우 2백만원.
산지상 이씨가 위탁판매상을 통해 판 배추값은 1백20만원, 그리고 양씨는 1백60만원을 받고 무우를 팔았다.
산지상들로부터 채소를 산 서울 중간상인들은 그자리에서 배추는 포기당 7백∼8백원씩, 무우는 6백∼7백원씩에 되팔았다.
◇산지상 이익=산지상 양씨는 『산지 밭에서 무우 한트럭을 뽑아 싣는 경비 13만원, 수송비 14만원, 일반경비 5만여원외에 위탁판매수수료로 판매가의 8%(12만8천원)등 44만8천원을 제하고 나면 35만2천여원이 남는다』며 『그러나 지난해 겨울부터 채소값 폭락때문에 본 손해를 보충하려면 이만한 이익으로도 모자란다』고 해명.
◇전망=수해로 배추·무우가 출하되고 있는 곳은 현재 거의 강원도뿐으로 강원도내 고냉지 채소 재배면적은 2천6백ha에 생산량은 15만8천4백25t.
이중 80%정도가 이미 출하돼 앞으로 남은 물량이 풍부한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농산당국은 10월초순께 전북등 준고냉지 채소가 본격 출하될 때까지는 이같은 수준의 값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밭떼기판매=원예조합·농협단위조합등을 통한 계통출하가 되지 않는등 유통구조상의 잘못에 농민들마저 시간정보가 어두워 직접 출하를 하지 못하고 중간상들에게 판로를 의존하고 있는 실정.
더구나 농민들은 수확때까지의 관리문제·가격전망을 예측할수 없어 대부분 밭떼기로 판매하고 있다.
도암면의 경우 올해 고냉지채소 재배량은 배추 2백64ha에 1만6백30t, 무우는 1백94ha에 1만7천5백90t.
이중 원예조합과 농협단협의 계통출하량 3천1백t을 뺀 나머지 1만4천4백90t중 70%정도를 중간상을 통해 출하했다.<글·사진=권혁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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