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바그다티스 혜성처럼 빛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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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티스가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날반디안을 스매싱으로 공략하고 있다. 바그다티스는 두 세트를 먼저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세 세트를 내리 따내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멜버른 로이터=연합뉴스]

바그다티스의 여자친구 카미가 준결승을 지켜보고 있다. [멜버른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에서 최고의 스타는 마르코스 바그다티스(21.키프로스)다.

남자단식 16강전에서 '강서버' 앤디 로딕(3위.미국)을 눌러 테니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8강전에서는 크로아티아의 간판 선수인 이반 류비치치(5위)를 물리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6일 준결승에서는 4번 시드인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에게 1, 2세트를 내줘 돌풍이 끝나는가 했으나 내리 세 세트를 따내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바그다티스는 니콜라스 키퍼(독일)를 3-1로 물리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우승을 다툰다.

1m82㎝.80㎏의 체격에 평범하게 생긴 외모.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 출신의 무명 선수가 일약 메이저대회 결승에까지 진출한 것은 '이변 중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3년 프로에 데뷔한 바그다티스는 지난해 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서 모두 1회전 탈락했으며 호주오픈 4라운드(16강) 진출과 스위스바젤 오픈 준우승이 내세울 만한 성적이다. 올해 호주오픈 이전까지 벌어들인 수입도 39만2011달러에 불과하다.

멜버른 경기장에는 연일 호주의 그리스계 팬들이 몰려와 대형 국기를 흔들며 열광적으로 바그다티스를 응원하고 있다. 키프로스는 원래 그리스인들이 살던 곳으로 오스만튀르크 제국 시절 터키계의 이주가 시작됐고, 지금 인구는 그리스계 80%와 터키계 20%로 이뤄져 있다.

바그다티스는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며 "아직 끝나지 않았고,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집중하겠다"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바그다티스는 2003년 세계 주니어 랭킹 1위 출신이다. 로저 페더러나 로딕도 모두 주니어 1위 출신으로 성인 랭킹 1, 2위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바그다티스도 주니어 시절 주목받았던 선수다. 사실 그동안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하다가 호주오픈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9월에는 국내에서 열린 삼성증권배 국제남자 챌린저테니스대회에 출전, 4강에 올랐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이형택(삼성증권)의 연습 파트너이기도 했다.

바그다티스는 테니스광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섯 살 때 테니스를 배웠으며 프랑스에서 테니스 유학을 했다. 파워와 정교함을 갖춘 포핸드 스트로크가 장기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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