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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쿠알라룸푸르 단골 식당 직접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김정남이 생전 자주 방문했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식당 고려원. 김준영 기자

김정남이 생전 자주 방문했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식당 고려원. 김준영 기자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은 생전에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한식당 고려정을 자주 찾았다. 암살 사흘 뒤인 16일 기자가 찾아간 고려정은 시내 중심가인 부킷빈탕의 고급 백화점 스타힐 갤러리 지하 1층에 위치해있었다. 넓은 공간과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고급 식당으로, 80링깃(약 2만원)대 생갈비·불갈비부터 7000~8000원대인 김치찌개·된장찌개까지 음식 가격이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었다. 종업원들은 대부분 현지인이거나 베트남 사람이었다.

쿠알라룸푸르 한식당 고려원에서 주문한 순두부찌개. 김준영 기자

쿠알라룸푸르 한식당 고려원에서 주문한 순두부찌개. 김준영 기자

식당은 점심시간임에도 비교적 한산했다. 5~6개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남은 이곳에서 주로 도라지 냉면을 시켜 먹었다. 하지만 정작 메뉴판에선 도라지 냉면을 찾을 수 없었다.

식당 종업원에게 도라지 냉면에 대해 묻자 그는 "도라지 냉면이란 음식은 판매하지 않는다"면서 "손님이 매니저나 사장에게 특별 주문하면 그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골 손님인 김정남의 요청에 식당 측에서 메뉴판에 없는 도라지 냉면을 특별히 만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 음식점은 말레이시아 한인회 회장을 지내고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말레이시아 지역 의장을 맡고 있는 현지 교민 알렉스 황(한국명 황일록)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황씨는 이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남은 경호원과 함께 다녔으며 폐쇄회로(CC) 카메라를 무력화하는 장비도 가지고 다니는 등 암살 위험에 대비하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황씨는 "김정남이 시내에 머무를 때는 5성급 호텔을 이용했고 가끔 아내나 싱가포르인 여자친구를 데리고 우리 식당에 오기도 했다"면서 "김정남이 가족이 있는 마카오와 여자친구가 있는 싱가포르를 종종 오갔다"고 덧붙였다.

쿠알라룸푸르 한식당 고려원 내부 전경. 김준영 기자

쿠알라룸푸르 한식당 고려원 내부 전경. 김준영 기자

황씨는 "김정남은 말레이시아에서 하던 사업 때문에 이곳에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김정남은 북한대사관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왔지만, 김정일이 죽은 뒤로 그 지원이 끊기자 이곳에서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김정남에게 한국으로 망명할 것을 권했으나 김정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현지에서 김정남과 알고 지냈다는 또 다른 소식통은 이 매체에 "김정남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 IT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고 알고 있다"며 김정남은 말레이시아를 찾을때면 쿠알라룸푸르 시내 부킷 다만사라의 이층집에 머물렀으며 집 근처의 술집과 클럽을 즐겨 다녔다고 전했다.

쿠알라룸푸르=김준영 기자, 서울=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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