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악단…「진실된 노래」엔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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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음악계는 여름이 동면기다. 동면기로부터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9월 전반부에 눈을 놀라 게하는 음악회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음악회의 평으로 독자와 만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이번 기회에는 시즌 오픈의 시기라는 의미도 있고하니 가을 악단에 대한 희망사망을 서술 하기로 한다.
음악은 진공에서 태어나는것이 아니다. 넓은 세상에는 맑은 공기도 있을수 있고 코를 찌르는 시궁창도 있을수 있다. 음악은 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 죽은 사람의 영혼용 달래는 레귀엠 미사곡은 곡이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범주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럽기도 하고 깨끗하기도 한, 문화라는 이름의 온상에서 태어나서,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똑갈이 자라고 늙고 그래서 죽는 것이 음악이다.
음악과 음악인이 할 일은 무엇인가. 아름다움과 착한것, 그리고 참을 밝히는 일이다.
치수·형태·순서등이 적절히 배열되면 아름다움이 생긴다고 하고 그것을 옳게 사용하면 착함이 된다고 한다. 한국악단의 문제는 아름다움을 위한 배열만이 중요하지 그것에의 참 앎이나 옳은 사용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데 있다. 가을 악단의 모든 활동은 춤 없는 미는 미가 아닌 것이 되었으면 싶다.
장과 미가 동시에 가는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TV에서 흘러 나오는 대중가요, 창작연습실 같은 무대에서 흘러 나오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고답적인 예술음악, 이런 모든 음악들을 무시함과 동시에 그것들을 또한 포용할수 있는「진실된노래」가 그러한 음악이다. 국립극장도, 세종문화회관도 그러한 음악문화의 산실이기에는 아직도 멀다.
무대와 우리의 현실적 삶이 유리되지 않은 새로운「재현의 장」을 마련할 창작과 연주활동, 그리고 그것에 대한 참 언급을 기대해 본다.
8윌말 대구의 작곡가 진규영이 서울서 베푼 창작발표회가「제3세대」의 참다운 동인다운 호흡을 갖게 될 날이 있길 또 기대한다. 이강숙<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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