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통령선거앞둔 각당 전략을 점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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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김영삼총재·김대중고문의 양진영은 서로 양보할 수 없다는 기본구도 위에서 각기 독자적인 집권전략을 짜고있는게 사실이다.
양측 전략의 1단계는 서로 상대방을 양보케하는데 주안점이있다는게 공통이며, 2단계로는 동시출마하게될 경우 자기폭이 피해를 적게 받는 대신상대방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게하는 목표아래 전략이 수립되고 조직이 움직여지고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김총재쪽의 전략은 한마디로 당내 우위를 배경으로 김고문쪽에 압력을 가하는 「조르기전법」이라고 할수 있을것 같다.
김총재쪽은 그동안 김고문이 양보하리란 근거없는 낙관론을 가지고 김고문의 비위를 가급적 상하게하지 않으려고 해왔었다. 그러나 김고문의 광주행이후 상도동쪽은 이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지난 14일 두김씨 회동에서도 김총재는 김고문의 지방방문 자제를 요구하면서 상당히 「노골적」으로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이제는 두김씨가 전처럼 웃는 낯으로 「협력」 하는모습을 보일수만은 없게 상황이 악화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김총재가 15일 정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제의해 당론으로 채택한 「당의 선거체제전환」 도 같은 맥락이다.
김고문이 지방을 돌며 바람을 일으키고 공약성 발언을 하는데 대해 간수무책격이었던 김총재쪽은 당차원에서 선거바람을 일으키고 공약을 쏘아댐으로써 김고문의 움직임을 개별적 차원으로 만들고 그의 바람을 견제하겠다는 속셈이다.
또 앞으로 「총재의 권한」을 최대한으로 휘둘러 중앙상무희의 구성등 당체제 정비를 들고나와 김고문쪽이 「당내 열세」를 자인하고 손을 들도록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다.
김총재쪽이 이렇게 몰아치는것은 김고문쪽이 절대 민주당에서 뛰쳐나가 분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상도동측은 『분열하면죽는다』 는 소리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후보단일화가 되면 민주당이 집권할수 있고 그로인해 민주화가 이뤄진다는 국민적 기대를 분열으로 깨뜨린다면 당을 뛰쳐나가는 쪽은 결정적인타격을 받게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여론의 비판, 국민의 실망감이 온통 쏟아질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동교동측은 이런 계산을 별것 아니라고 한마디로 일축한다.
분열하는 쪽이 비난을 받겠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고 선거전의 열기가 전국을 휩쓸게되면 결국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문제로 되돌아 오고 그때는 호남쏙의 절대적인 지지를 기반으로한 김고문쭉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때문에 동교동쪽은 분열이라는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해 김총재가 당체제정비를 주장하는만큼 당외의 계보조직인 민권회의 지방조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교동측은 『여차하면당을 만들수 있다』 는 말을 흘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김고문이 지방을 돌며 바람을 일으키고 재야의 실질적인 세력을 이루고 있는 학생들의 지지를 받아 대세를 휩쓸겠다는 작전이다.
동교동측이 『9욀정국의 변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하는것도 그런 발상이다. 말하자면 김총재쪽이 「민주당후보」를 지향한다면 김고문쪽은 「국민적 후보」 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김고문폭이 분열도 불사한다는 작전을 짜는 배경에는 4파면을 해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아래 김고문쪽에서는 「후보 조기단일화」 를 천명해 김총재쪽을 은근히 지원하고 나선 국민운동본부나 종교계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해 함부로 언급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있다.
동교동측은 당내의 후보단일화가 사실상 어려울 경우에는 선거전 과정에서도 국민의 지지동향등 대세를 판단하면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질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한 셈이다.
결국 동교동측은 장외바람을 최대한 일으켜 김총재를 밀어붙이고 그게 안되더라도 『모두나와 심판받게 해보자』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밀어가면 설령 분열이나 동시출마가 되더라도 피해는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때문에 앞으로 김총재쪽은 당의 선거체제 정비를 계속 들고나올 것이고 김고문쪽은 인천·대구·부산등 지방나들이를 그대로 계속할 작정이다.
이렇게 되면 양쪽이 감정싸움을 벌일 것이고 당내에서는 소소한 분쟁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삐걱거릴 것은 분명하게 돼있다.
앞으로 김고문쪽은 김총재의 아성인 부산에서 3O만 인파를 모음으로써 단번에 적지돌파를 꾀한다는 생각도 있는것 같다.
김총재쪽은 재야쪽의 측면지원을 기대하면서 여론을 업고 나가겠다는 작전을 펴고 있다.때문에 9월하순께 있을 김고문의 부산나들이와 재야·학생권의 동향이 두김씨의 작전구도에 결정걱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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