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재는 레이건에 할말 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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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을 방문중인 노태우민정당총재는 14일(현지시간) 이번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수 있는「레이건」대통령과의 회담을 비롯,「슐츠」국무장관 방문, 워싱턴 포스트지·뉴스위크지 간부진과의 오찬, 존즈 홉킨즈 대학연설,「퓰러」헤리티지재단회장과의 만찬등 빡빡한 일정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노총재는 이날 아침 백악관방문에 앞서 숙소인 매디슨호텔에서 김경원주미대사, 이종찬·봉두엽·현홍주·김현욱·정동성·이민섭의원등과 함께 티타임을 갖고『구체적 합의를 끌어내는 회담도 아닌 만큼 우리의 주장을 당당하게 개진하자』고 회담의 성격을 설정하고 출발.
노총재는 백악관측과의 사전합의에 따라 배석자로 지정된 김대사와 현의원만을 데리고 상오9시40분 백악관의 루스벨트홀에 도착,「제임즈·켈리」안보담당보좌관과「윌리엄·클라크」국무성부차관보의 영접을 받고 잠시 대기.
노총재일행이 복도건너편의 대통령집무실 오벌 오피스로 안내되자「레이건」대통령은 책상에 앉아있다 방가운데로 걸어나오며 반갑게 악수.
간단한 사진촬영을 끝내고 노총재와「레이건」대통령이 각기 다리를 꼬고 편한 자세로 앉은채 회담을 시작. 양측은 현의원만을 통역으로 해 대화를 나누었으며 두사람외에는「부시」부통령등 양측배석자가 모두 경청만 했다고 현의원이 전언.
○…30분간의 회담을 끝내고 일어서면서「레이건」대통령은 노총재에게『자신의 공이라고 내세우지 않는한 인간의 성취에는 한계가 없다』『하면된다』(It can be done)는 자신의 좌우명을 새긴 팻말을 보여주었는데 한 관계자는『「레이건」대통령이 백악관 첫 집무때 부인사진과 함께 저 팻말을 책상위에 놓으라고 했다』고 설명.
오벌 오피스를 나온 노총재는 바로 옆의 각료실에서 대통령 면담을 기다리고 있던「로버트·돌」전 공화당상원 원내총무와 조우.
이어 노총재는 대통령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즉석 인터뷰 요청에『내년 2월 평화적으로 정부가 이양될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레이건」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회담결과를 설명.
○…백악관 회담을 마치고 호텔에온 노총재는『처음 만났지만 무척 마음이 편했고 우호적이고 정중한 분위기였다』고 했는데 이민섭대변인과 수행 의원들은『「레이건」대통령이「부시」부통령과 함께 노총재를 만난 것은 퍽 이례적이며 노총재는 가식없이 할 말을 다했다』고 흐뭇한 표정.
한펀 백악관 방문에 이은 노총재의 국무성 방문은「슐츠」장관이 미소외상회담 때문에 바빠 10여분간의 수인사로 끝났다.
다만「슐츠」장관은『한국이 경제적 기적에 이어 정치적 기적을 이룰것으로 믿는다』고 했고 노총재는「슐츠」장관 대신「아마코스트」차관에게 대한통상압력의 부당성을 지적.
○…노총재는 14일(현지시간)「벤저민·브래들리」편집총국장,「그린필드」논설위원,「돈·오버도퍼」한국관계전문기자등 워싱턴 포스트지의 간부 15명과 다음과 같이 집중인터뷰를 가졌다.
―대통령선거만 끝나면 한국의 데모가 계속 되지 않겠는가.『우선 6.29이전과 이후는 데모양상에 엄청난 차이가있다. 부분적으로 오해가 잔존하겠지만 민주화가 착실히 이뤄지는데도 데모가 계속되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줄어들 것으로 본다.』
―대통령선거의 경쟁자는 누구로 보고 있는가.
『지금 몇사람이 뛰고 있으나 종국적으로 누가 나올지는 아직 점치기 어렵다.』
―6.29선언을 지지한 국민이 대통령선거에서 노후보를 지지할것으로 보는가.
『6.29는 내가 꼭 대통령이 되라고 한것이 아니었다. 민주화를 해야겠다는 선언인 만큼 6. 29선언과 나에 대한 지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만약 야당이 승리한다면 군이 받아들이겠는가.
『군이 6.29선언을 지지한것은 국민이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군은 국민의 선택에 충실히 따를 것이다.』
―북한과 올림픽 공동개최 전망은.
『북한은 올림픽을 거부할 구실만 찾고있기 때문에 남북분산 개최는 어러울 것으로본다.「사마란치」IOC위원장이 북한에 대표를 보내 조사를 시킨결과 이미 제시된 5개종목의 경기도 치를능력이 없다는 것이 판명됐다. 올림픽에 동구권이 많이 참가하므로 북한이 대규모 도발을 자제하겠지만 소규모의 도발은 할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노총재는 존즈 홉킨즈대학의 연설과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앞으로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해볼만한 게임이 될 것이다. 나도 자신이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라고 승산여부에 관해 대답.
이날 연설회에는 약 4백여명이 참석. <워싱턴=전육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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