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배우는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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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과지식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배운 바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과 태도를 길러줘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사고력 신장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각 사회단체와 일부 국민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철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철학교육동화집들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사고의 개념 정립을 위한 세미나」에서 이돈희 교수 (서울대)는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공자의 교훈을 예로 들면서 사고력의 교육적 가치를 강조. 제한된 지식· 의견· 정보에 생각이 얽매이면 무지· 맹신· 미신· 독단등의 상태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교육개발원 곽병선 박사도 교과지식 중심교육의 제한점으로 ▲교과는 기존의 주어진 영역안에서의 사고를 요구하고 ▲교과서 영역에 우위를 두는 사고방식은 권위주의적· 배타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교과지식교육은 기존의 지식을 고정되게 받아들이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등을 꼽았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주의 깊게 듣기 ▲언어의 쓰임을 알고 올바르게 사용하기 ▲증거를 타당하고 정직하게 사용하기 ▲독자적 학습에 대한 흥미와 능력 기르기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토의· 대화하기 등 올바른 사고를 위한 능력과 자질을 길러줘야 한다고 설명. 사실상 교과서의 내용이 절대불변의 진리인양 일방적으로 주입되고 학생들 나름의 반론이나 문제제기가 거의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교육현실로 지적되어왔다.
교육개발원은 시범적 사고력 교육프로그램들을 서울시내 및 경기도의 8개 국민학교에서 9∼10월 사이에 적용해본 뒤 올해중 국민학교 4∼6학년을 위한 사고력교육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 교육개발원 성일제 박사에 따르면 88년중에는 국민학교 1∼3학년과 중학교 1∼3학년, 89년에는 고등학교 1∼3학년을 위한 사고력교육 프로그램들도 각각 개발된다.
한편 특별활동반으로 철학동화부를 두고 있는 서울 응암국민학교를 비롯, 수업시간에 다양한 철학적 사고훈련을 시도하는 곳도 동구로· 사당· 신상도· 서초· 영풍· 한천국민학교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지적 정직성과 주의 깊은 언어사용을 유도하는 개방적 수업으로 곰곰 따져보고 생각하는 습관, 추론능력, 대화나 토론의 자세, 건전한 도덕적 판단력등을 길러줌으로써 사려깊고 합리적이며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YMCA도 어린이 지도자 클럽을 비롯한 각종 어린이대상 프로그램에 철학교육을 곁들이고 있으며, 방학마다 어린이 철학교실을 열고있는 서울YWCA도 이번 가을에는 매주 토요일하오 어린이를 위한 철학교실을 열 예정.
최근 『노마네반 아이들』 『생각하는 어린이들I· Ⅱ』등 철학교육 동화집들이 잇달아 출판되는가하면, 어린이 철학교육연구소에는 유치원생 어머니들에게 어린이철학교육에 대해 강의해달라는 각 유치원의 요청이 쇄도하는 등 일찍부터 폭넓게 생각하는 습관과 자세를 기르는데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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