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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4파전 (1)대통령선거앞둔 각당 전략을 점검한다.|"이제 한번 해볼만 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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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월로 예상되는 대통령선거를 3개월 남짓 앞두고 선거전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등의 4파면양상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전초전에 들어서고 있다. 예상 후보들은 방미·지방순회·조직확대등 빠른 템포로 움직이면서 선거활동을 벌이고 있다. 각정당과 예상 후보들의 전략및 선거정국의 상황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타당보다 먼저 대통령선거 태세를 가다듬어온 민정당에는 이제는 한번 해볼만하다는 기운이 싹트고 있다는 것이 당내의 일반적 인식이다.
6·29이전까지의 풀이 죽어있던 비관론이나, 노사분규의 절정기였던 8욀중순「과연 선거가 있겠느냐」던 회의론에서 출발한 보신적 분위기가 걷히고 뭔가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태우총재가 지난8월24일 중집위에서 책상까지 치면서 『주변에 불안감을 AIDS처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질타한 일도 있었지만 득표활동의 일선지휘관들이라할 지구당 위원장들도 이젠 대통령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자신한다.
이같은 자세의 전환에는 몇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당체제의 이원화현상이 가셔졌다는 점이다. 현직 대통령의 총재 경임체제가 풀리면서 여권 특유의 해바라기성향으로 당지도체제가 일종의 「무중력상태」에 떠있는 상황이었으나 노총재의 지도력 강화를 여권핵심인물들이 강하게 밀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의원들은 물론 여권내부가 공동운명체라는 위기의식을 확고히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많은 의원들이 재집권에 실패할 경우에도 자신만은 당선되어야겠다는 생각이었으나 격심한 노사분규의 와중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면 내 정치생명도 그날로 끝장이라는 자각을 했다』고 털어놓고있다.
세째로 노사분규는 「안정속의변화」또는「변화속의 발전」을 바라는 많은 중산층들에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를 새삼 느끼게하고 민정당을 다시 보게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그결과 여러차례의 다른 채널을 통한 여론조사에서 노총재의 인기도가 지역·연령·성별로 골고루 상승세를 타고있다는 것이 민정당의 주장이다.
한 고위당직자가 『얼마전까지만해도 민정당은 타도의 대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 고전했으나 이제는 선택의 대상으로 반전하기 시작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배경이다.
남재희정책위의장, 이대순원내총무, 홍성우·신상식·염길정의원등 대다수 의원들은 지구당수련대회를 해보니까 예년과는 반대로 예상인원보다 훨씬 많은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했다고 이구동성이다.
중앙당이 아르바이트 대학생 2천4백여명을 방학중에 동원, 당원실세를 점검해본 결과도 유동성이 많은 대도시지역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이었고, 특히 많은 결원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던 통·이책인 활동장의 확보가 의외로 잘 되어있더라는 분석이다.
민정당은 9월초까지 당직개편·조직점검및 친여권결속등 기본적인 선거대비태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1차 당원 확대운동으로 당원이 1백57만3천명으로 늘었고, 유세장의 통제·장악을 위한 청년봉사단도 발족시켰으며 각종 직능단체와의 유대도 강화했다.
특히 후보자 관련의 여론·유언비어·야측 특리동향등을 파악할수 있도록 당외 중도성향의 인사로 구성되는 「민정모니터」를 시·도및 지구당별로 조직중이고, 대학생을 상대로한 초청토론회도 지구당별로 한두차례씩 열었으며, 온건한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모종의 지지 확보 방안도 수립하는등 젊은층에 파고들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전화로 노후보 지지를 호소할 여성홍보반도 지구당별로 만들고 있으며 대중여론의 전파에 한몫을 하는 택시기사, 이·미용사, 외판원, 심지어는 역술인까지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정당은 또 3김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지명도가 떨어지는 노후보의 이미지 부각을 의해 연출·분장·의상담당 전문가를 보좌역으로 영입했으며 6·29선언에 대한 내외의 평가를 위주로한 10여종의 홍보자료 1백만장이상을 뿌렸다.
노후보는 노후보대로 그동안 종교계인사·시국서명교수·근로자·운동권학생·각종 직능단체임원진과 각계원로들을 조석으로 만났고 미국에 유학중인 딸도 학업을 일시 중단, 귀국해 돕고 있는등 사조직도 움직이고있다는 후문이다.
민정당은 이같은 1단계 선거태세 활동 결과 당내에 조심스런 자신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 9월10일부터 제2단계전략에 돌입했다.
노후보의 이미지 고양과 4파면 양상에 대비한 대응전략수립 및 실행, 그리고 야측이 제기할 정책사항등에 대한 대응 공약 마련에 총력전을 편다는 방침이다. 노총재의 방미·방한도 이 구도에서 나왔다.
노총재는 미일 방문을 통해「레이건」대통령등 미조야인사,「나카소네」일본수상등을 만나면 후보로서의 「무게」가 3김씨와 격을 달리해 국민들에게 비칠것이라는 계산도 하는것 같다.
밖으로부터의 사실상 선거운동이 되는 이번 방문은 또 김종필씨의 불출마 유도노력 실패에 대한 상쇄의 속셈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친여세력의 김종필씨에로의 이탈 심리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민정당은 이를 계기로 노총재의 지방순회도 활발히 해서 먼저 시동을 건 김대중씨의 지방 「유세활동」등 야당측 움직임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민정당은 상대후보로 누가, 몇명이 나오는가에 따른 대응전략을 각각 별도로 세우고 있다.
민정당은 △김대중씨와 단둘이 맞붙을 경우 가장 해볼만한 싸움을 할수 있고 △김대중씨가 빠진 3파전도 해볼만하며△최악의 경우가 4파면이라는 구도아래 호남·충청등 중부지역에 대한 특별대책 수립에 부심하고있다.
그래서 3김씨 개개인의 장·단점을 분석, 그에 맞는 대응논리와 방안을 세워 지역별 특성에 맞춰 득표작전을 실행하며 3김씨에게 역습할 비책도 강구한다는 구도다.
민정당은 4파면이 되면 당선은 1천만표선 (유권자 2천5백40여만명 추산) 에서 결정될것으로 보고 당원 4백만명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아래 지금까지 금기시됐던 전국구의원의 연고지 활동도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감의 고양과 함께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민정당에는 여전히 몇가지 문제가 없지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적이다.
우선 당내에 몇몇을 제외하면 노후보를 포함한 절대다수가 직선제선거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3김씨및 그 참모들이 직선제선거에 풍부한 경험과 나름의 비방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민정당측은 상대적으로 아마추어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민정당이 지금까지 국민적 지지를 규합할 인물집결을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아직도 민정당의 핵심이나 주변에 육사11기 또는 군출신이 포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극복하기 위해선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민정당에 포진해 명실공히 국민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아직 당면모를 그 수준까지 개선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노총재의 민정당 장악력으로 볼때도 3김씨가 보이는 조직장악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느슨함」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밖에 김종필씨의 출마결심은 당조직 내에 흡수되어 있는 구공화당세력의 동요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종필씨의 출마가 반드시 민정당에만 불리하다고는 보지않고있기도 하다. 민정당측에 흡수되지는 않고 그동안 야당측에 가세했던 구공화당세력이 금종필씨에게 돌아갈 공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5공화국체제와 6·29선언으로 개인적 인기가 있는 노후보를 어떻게 중화시키느냐는 점이라고 보고 머리를 싸매고 있으나 묘책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민정당은 밖으로는 선거 경험이 풍부한 3김씨에게 대응하면서 안으로 진영 보강·태세 정비를 서둘러야할 입장이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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