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 146 → 73일 7월부터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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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월 1일부터 스크린 쿼터가 현행 연간 146일에서 절반인 73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FTA 등 세계적인 무역자유화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스크린 쿼터가 국제통상 규범상 인정되는 제도임을 감안해 제도 자체는 유지하되 쿼터 일수는 줄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미 통상 현안이었던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한국.미국 간 FTA 협상이 2월 초부터 본격화된다. 정부는 다음달 2일 한.미 FTA 공청회와 대외장관회의를 함께 열어 한.미 FTA 공식 협상 개시를 선언할 예정이다.

한 부총리는 스크린 쿼터 축소에 따른 영화계의 반대와 관련, "우리 영화산업을 앞으로 국가 중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산영화의 상영일수가 실질적으로 연간 100일 정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대책은 문화관광부가 27일 발표할 예정이다.

영화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영화인대책위(공동위원장 정지영.안성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남산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재경부.외교통상부.문화부 장관의 퇴진과 쿼터 축소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의 오만불손한 통상압력에 굴복한 반문화적인 쿠데타"라면서 "할리우드의 독과점 견제장치를 풀어버린 한국영화는 이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다음달 1일부터 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8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스크린 쿼터 축소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 과거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했던 네티즌들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여론조사(26일 오후 11시 현재) 결과 응답자 2105명 가운데 61.6%가 찬성했다. 반대 35.8%.

이는 2003년 7월 인터넷 영화정보 사이트 시네티즌(www.cinetizen.net)의 조사 결과와 대조된다. 당시 조사에선 스크린 쿼터 축소에 찬성한 사람은 30.0%에 불과했다. 반대가 55.3%로 훨씬 많았다. 2년 반 사이에 네티즌 여론이 찬성으로 기운 셈이다.

한편 '스크린 쿼터 축소가 우리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조사 결과(26일 오후 11시 현재) 응답자 3088명 가운데 73.64%가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타격을 받을 것'이란 응답은 24.42%에 불과했다.

홍병기.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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