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파일보니…“고영태는 ‘왕의 남자’” “빵 터져서 날아가면 다 우리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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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갖고 있던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주변 인물들의 통화 녹음파일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되면서 국정 농단 사건 초기에 주목받은 최순실(61)씨 주변 인물들의 대화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5년 4월 7일 고씨와 그의 측근인 최모씨 등이 나눈 대화 녹음파일 중에는 고씨가 측근들에게 최순실씨가 믿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장담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고씨는 “소장(최순실)이 믿는 사람이 VIP하고 나밖에 없다”며 “다른 사람 말은 듣지도 않는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 측이 탄핵 사유를 부정하는 증거로 보는 대화 내용. [중앙포토]

또 고씨 측근인 같은 회사 류상영(41) 전 부장은 “고씨가 최순실을 감정적으로 컨트롤한 ‘왕의 남자’”라고 칭했다. 류씨는 지난해 5월 3일 통화 녹음에서 고씨를 지칭하며 “지금 얘(고영태씨)는 솔직한 얘기로 ‘왕의 남자’다”라고 말했다. 류씨는 또 “회장님(최순실씨)이 독일에다가 (비자금을) 내려받을 수 있는 현지 법인 하나 세팅한 거 아는가”라며 “그 회사에 영태가 등기돼 있을 거란 얘기다. 회장은 영태를 위해 뭐라도 챙겨준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고씨의 발언도 곳곳에 있었다. 고씨는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재단에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다… 이사장과 사무총장은 존나 쓰레기 새끼 같아. 쳐내는 수밖에 없어. 거기는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최순실의 영향력을 이용해 정부의 36억원짜리 사업을 따내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화 상대방은 “저번에 말씀하신 러닝 찢고 노는 거 기대하고 있을게요”라고 했다.

이 밖에도 녹취록에는 고씨가 최씨로부터 ‘국세청장을 할 사람이 있으면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는 등 김수현(37) 전 고원기획 대표와 나눈 대화를 비롯한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 최씨 등과 함께 살집을 짓기 위해 장소를 논의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자동녹음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사적인 통화 내용까지 2000여 개의 녹음파일이 만들어졌다. 최근 공개된 내용은 모인 돈을 고씨 등이 빼돌리려 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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