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로 본 몰링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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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의 스타필드 하남은 국내 최초로 '쇼핑 테마파크'라는 콘셉트로 문을 열었다. 복합쇼핑몰에서 쇼핑 뿐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새로운 소비 형태, 즉 몰링(malling)을 즐기는 소비자를 노린 것이다. 스타필드 하남이 몰링의 성공적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방문객 수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다. 14일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9일 개장한 스타필드 하남은 지난달 26일 누적 방문 고객수 1000만명을 넘었다. 이달 12일 현재 1150만명이 찾았다. 이는 당초 예측보다 3주 이상 앞선 수치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로만 따져도 7만1000명 수준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인구의 절반인 2600만명이 방문하게 되는 셈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방문객 수에 일단 신세계 그룹은 스타필드 하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자체평가한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백화점, 창고형 할인매장, 전문점, 해외고가브랜드 등 쇼핑부터 먹거리, 엔터테인먼트, 힐링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고객을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그룹은 스타필드 하남에 1조원을 투자했다. 그룹의 총 역량을 결집한 셈이다. 지난 9월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5년간 연구와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쇼핑시설을 만들까 고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타필드 하남의 첫해 매출 목표는 8200억원. 운영 법인인 하남유니온스퀘어는 이마트의 자회사인 신세계 프라퍼티가 지분 51%를 갖고 있다. 나머지 49%는 터브먼 아시아가 소유하고 있다. 합작법인이라는 점 때문에 지금까지의 매출 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 측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첫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려도 존재한다. 많은 고객이 스타필드 하남을 찾아 부대 시설을 이용하고 아이쇼핑을 즐기지만 정작 물건을 구매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타필드 하남 중 장사가 잘되는 것은 식당가와 찜질방(아쿠아필드)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특히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서울 시내 백화점보다 매출이 저조한 것은 물론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이 나오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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