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냐 친부모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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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공수정으로 인간의 출생이 가능해지면서 최근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 도덕과 친권이 얽힌 대리모(대리모)와 정자제공자간의 문제.
9일 하오7시 제13회 세계법률가대회가 열리고 있는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는 세계 50여개국의 법조인 1천여명이 방청하는 가운데 대리모의 법적지위를 판결하는 모의재판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날 다룬 사건의 요지는 자식없는 「알파」씨 부부가 자식을 갖기 위해 한 대리모와 계약하고 자식을 얻었으나 생모가 마음을 바꿔 친권을 주장하자 법원에 대리모계약이 유효한지와 아기의 양육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려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이날의 재판은 ①아기를 얻기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씨받이라 할 육체관계를 가진 경우 ②남자의 정자를 인공수정한 경우 ③「알파」씨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인공적으로 수정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옮긴 경우등 3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심리했다.
재판부는 「볼프강·자이들러」 서독 헌법재판소장을 재판장으로 하고 한국의 박우동 대법원판사등 총7명으로 구성되었다. 원고와 피고측은 한국· 미국등 4개국 변호사 4멱이 각기 2명씩팀이 되어 영어로 열띤 공방전을 3시간여에 걸쳐 벌였다.
논의의 초점은 대리모계약이 유효한지, 과연 누가 양육권을 갖는 것이 태어난 아기를 가장 위하는 것인지로 모아졌다.
원고측은 『자식 갖기를 열망하는 부모가 자유계약에 의해 태어난 아기의 친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비인도적인 것도, 공공정책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는 주장.
피고측은 『인권 측면에서 대리모계약은 인간생명의 침해로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도다』고 통박, 따라서 대리모계약은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재판부의 판결은 ①②의 경우는 6대1로 「알파」씨 부부의 패소를 선언, 대리모의 친권을 인정. ③의 경우는 「알파」씨 부부에게 유전적 이유등으로 양육권을 주도록 5대2로 승소판결을 했다. ①②의 경우 계약의 유효성은 인정하나 재판부가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 「알파」씨 부부의 패소 이유.
「자이들러」 재판장은 『법원이 대리모제를 인정한다면 상업적으로 아기를 사고 파는 어린이농장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크게 우려를 표했다.<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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