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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여우와 드론 잡는 검독수리…맹금류의 지존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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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중 가장 힘이 세고 용맹스러우며 카리스마를 가진 지존(至尊)은 검독수리(golden eagle)다. 유라시아대륙과 북미,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다. 검독수리는 생태계 먹이사슬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산토끼ㆍ꿩ㆍ산새ㆍ뇌조ㆍ뱀,이들보다 더 큰 사슴과 여우도 사냥한다. 공중에서 빠르기로는 당할 자가 없다는 날쌘 매나 '밤의 제왕'이라는 수리부엉이도 검독수리에겐 단지 먹잇감에 불과하다.

시베리아와 알타이 산맥을 중심으로 두루 서식하는 시베리아 늑대는 호랑이나 곰을 제외하고는 지상에서 상대가 없을 정도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포식자다. 사냥에 있어서는 가히 천하무적이라는 이 시베리아 늑대 조차도 검독수리에겐 상대가 되지않는다.

검독수리가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사냥대회에서 코사크여우(corsac fox)를 사냥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검독수리가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사냥대회에서 코사크여우(corsac fox)를 사냥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검독수리가 모두 자라 펼친 양날개는 2m가 넘는다. 꽁지길이는 31~35cm, 몸무게는 약 4.4kg이다. 몸길이는 수컷이 81cm, 암컷이 89cm로 다른 맹금류처럼 암컷이 더 크다. 몸은 짙은 갈색이다. 부리와 발톱이 날카로워 동물을 사로잡는 데 적합하다.
로이터는 11ㆍ12일(현지시간) '검독수리가 왜 맹금류의 지존인가?'라는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이틀 연속 검독수리 사진을 전송했다.

알타이 산맥을 중심으로 카자흐스탄과 몽골 초원의 유목민들은 오래 전 부터 검독수리를 길들여 사냥에 이용해왔다. 이중 카자흐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말을 달리며 검독수리를 이용해 사냥하는 민족이다. 이들은 사냥 전에 검독수리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먹이를 주지않는다.

프랑스공군 소속 검독수리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몽드 마르상 공군기지 상공에서 드론포획훈련을 하고 있다. 이 검독수리는 동물을 잡을 때와 같은 동작으로 드론을 포획했다.[로이터=뉴스1]

검독수리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몽드 마르상 공군기지 상공에서 드론포획훈련을 하고 있다. 이 검독수리는 동물을 잡을 때와 같은 동작으로 드론을 포획했다. [로이터=뉴스1]

카자흐스탄 사냥대회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동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첸겔시 협곡에서 열렸다. 사냥꾼의 팔에서 날아오른 검독수리는 60cm 가량의 코사크여우(corsac fox)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제압한 후 잽싸게 비상했다. 이 장면은 10일(현지시간) 프랑스공군이 공개한 검독수리의 드론 공격에서도 재현됐다.

프랑스 공군이 테러 공격용 드론을 제압하기 위해 검독수리를 훈련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11월 데일리메일을 통해 보도됐다. 이 보도에 따르면 테러용 드론을 막기위해 전파방해기 등을 사용하는 것 보다 검독수리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비용면에서도 더 저렴하다. 드론을 하늘에서 격추시키면 드론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피해는 막을 수 없다. 폭탄이 내장된 드론이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하지만 검독수리를 이용한 드론탈취는 이러한 위험이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경찰이 독수리를 훈련시켜 불법 드론을 단속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사냥꾼의 검독수리와 프랑스군의 검독수리는 목표물을 포획하는 과정이 비슷했다. 목표물이 살아있는 동물이냐 드론이냐는 차이였다.

프랑스공군 소속 검독수리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몽드 마르상 공군기지 상공에서 프로펠러를 피해 드론 밑쪽에서 발톱을 넣어 드론을 포획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프랑스군이 훈련시키고있는 검독수리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몽드 마르상 공군기지 상공에서 프로펠러를 피해 드론 밑쪽에서 발톱을 넣어 드론을 포획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검독수리는 맹금류의 지존으로서 그 자격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지혜로웠다. 프랑스군의 검독수리는 날카로운 프로펠러를 피해 드론 밑으로 발톱을 넣었다.

검독수리가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코사크여우(corsac fox)를 뒤집어 놓은 뒤 배를 공격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검독수리가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코사크여우(corsac fox)를 뒤집어 놓은 뒤 배를 공격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이같은 장면은 카자흐스탄의 코사크 여우 사냥에서도 비슷했다. 검독수리는 순신간에 여우의 몸을 뒤집은 뒤 오른 발톱으로 배를 공격해 잡았다. 독수리의 발톱은 움켜쥐는 힘이 동물의 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독수리들은 먹이를 발톱으로 단단히 고정해 찢거나 쪼아 먹는다. 발톱에 잡힌 먹이는 대개 과다출혈로 죽는다. 프랑스군의 검독수리가 잡은 드론의 프로펠러는 부서지지않은 채 고장난 듯 정지돼 있었다.

한편 카자흐스탄의 검독수리는 자신이 잡은 여우를 사냥꾼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때까지 놓치 않았다.

지난 11일(현지시간)카자흐스탄에서 여우를 사냥해 온 검독수리를 사냥꾼들이 안고 안전한 곳으로 달리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 11일(현지시간)카자흐스탄에서 여우를 사냥해 온 검독수리를 사냥꾼들이 안고 안전한 곳으로 달리고 있다. [로이터=뉴스1]

검독수리는 카자흐스탄과 프랑스에서 사람에게 유익한 맹수의 지존임을 증명한 셈이다. 검독수리는 한국에서는 지난 1973년 4월 12일 독수리ㆍ참수리ㆍ흰꼬리수리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됐다. 이후 2012년 5월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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